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청년 4명, 국민연금을 論하다①
국민연금법 개정 계기로 관심
제도 공부하며 다양한 의견 청취
근본적인 해법 없는 담론에 회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해 1인 캠페인

지난 5월의 마지막 주. 서울숲과 청계광장, 혜화역, 홍대 앞, 용산역 광장 등에서 대학생 몇몇이 '국민연금 개혁'을 주제로 1인 캠페인을 벌였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생들이 벌써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건데, 그들은 과연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까. 더스쿠프가 이들을 만나봤다. '청년 4명, 국민연금을 論하다' 1편이다.

청년들 사이에선 국민연금 제도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1인 캠페인을 벌인 이들은 총 다섯명으로, 모두 경희대 학생들이다. 최윤성(무역학 2년), 윤채민(물리학 1년), 이재준(화학 1년), 김강현(물리학 1년) 학생이다.[※참고: 장민지(간호학 1년) 학생도 포함돼 있지만, 인터뷰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이 1인 캠페인에 나선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 제도 개혁은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지만, 정답 없이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 고작 스무살 갓 넘은 학생들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고민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 기자 : "원래부터 국민연금 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었나요?"

✚ 최윤성 학생 : "그렇진 않습니다. 원래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성인이 돼서 월급을 받아보니까 강제로 보험료를 떼 가더라고요. 그래서 관심을 좀 갖게 됐죠."

✚ 기자 : "지금 일을 하고 있나요?"

✚ 최윤성 : "학업과 입시학원의 조교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서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3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제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란 생각이 드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라고요."

✚ 이재준 학생 : "저도 원래 국민연금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어요. 올해 국민연금법의 개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 기자 : "중·고등학교 수업을 통해서 국민연금 제도를 배운 적은 없나요?"

✚ 김강현 학생 : "없어요. 국민연금 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실제 제도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현재의 문제와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연금 제도를 처음 제대로 접했어요. 너무 늦게 알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윤채민 학생 : "할아버지가 공무원이셔서 공무원연금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번에 국민연금 제도를 공부하면서 나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됐습니다."

✚ 기자 : "법 개정으로 뒤늦게 관심을 가진 셈이군요."

✚ 최윤성 : "맞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담론이 크게 일어난 건 지난해 4월 TV 생방송을 통해 진행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 이후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의 주도로 개최한 이 토론회는 총 4회에 걸쳐 열렸다.

여기서 나온 결론은 '보험료율 9% →13%' '소득대체율 40%(2028년 기준)→ 43%'를 골자로 하는 올해 국민연금법 개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 역시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방향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듯했다.

대학생들은 국민연금 구조를 개혁하면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기자 : "1인 캠페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이재준 : "저희가 생각하는 내용을 인쇄해서 A1사이즈 보드판에 붙이고, 캠페인을 벌였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호응해주거나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세밀하게 읽어보는 분도 계셨고, 누군가는 '국민연금이 젊은 사람들에겐 너무 부담스럽고 별로인 것 같다'며 동의하신 분도 있었어요. 어떤 분은 피켓을 본 후 일행들과 대화하기도 했죠. 분명 국민연금 개혁 얘기였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국민연금 개혁은 청년 미래와 직결

✚ 기자 : "현재 국민연금 제도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나요?"

✚ 김강현 : "국민연금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보험료율이 고작 두번밖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로 보험금을 받는 사람은 늘고, 저출생으로 인해 보험료를 부담할 사람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게 연금 재정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모수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을 좀 올렸고, 기금 적립금 고갈 시기를 2056년에서 2071년으로 늦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이 논의되지 못했다는 점이죠."

✚ 기자 :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으로는 개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거군요?"

✚ 김강현 : "보험료율을 찔끔 올린다고 해서 풀릴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어차피 어느 시점이 되면 기금 적립금은 고갈되고, 그러면 기금 적립금을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없어질 테니까 보험료율을 30~40% 수준으로 올려야 할 겁니다. 결국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이 돌아가는 건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 이재준 :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기금 적립금이 고갈된 후엔 국고를 투입할 수도 있다던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자동적으로 국고가 투입하도록 설계가 돼 있지 않아서죠. 당연히 미래에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을 우려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지금 청년세대와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죠."

✚ 윤채민 : "경제 성장기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경제 환경이 좋지 않고,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에선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상황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뭔가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청년세대는 자본 축적이 여러모로 쉽지 않아요. 취직부터 어렵고, 정규직의 문턱은 높아요.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요. 물론 부모님 도움을 받는다면 또 다르지만, 누구나 그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어려운 가정이라면 더더욱 절망할 수밖에 없어요."

✚ 최윤성 : "저희는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저희 세대와 향후 미래세대에 특별히 불합리한 구조라고 생각해요. 기성세대는 지금의 청년세대나 미래세대보다 보험료를 훨씬 적게 내고도 더 많은 연금을 받는데, 저희나 미래세대는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상태로 유지됐을 때를 가정한 거고, 기성세대라고 해서 모두가 풍족한 연금을 받는 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구조가 그렇다는 거죠. 여기엔 별 이견이 없더라고요."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한 장민지(간호학 1년) 학생의 1인 캠페인 모습.[사진｜더스쿠프 포토]

✚ 기자 : "세대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군요."

✚ 최윤성 : "네, 세대간 갈등은 필연적인 듯해요. 쉽게 말하면, 저희가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과 갈등해야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과연 이런 상황이 옳은가 싶어요. 그래서 국민연금에서 기인하는 세대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국민연금 때문에 저희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미워할 순 없잖아요."

✚ 기자 : "그래서 1인 캠페인 프로젝트명도 '국민연금 개정안-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공존 사이의 길을 찾아'로 잡은 건가요?"

✚ 최윤성 : "맞습니다."

이전엔 관심이 없었다는 말과는 달리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깊게 고민했다는 흔적이 엿보인다. 이유가 있다. 학생들은 수많은 보고서와 기사를 탐독했고, 다양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측에 국민연금 제도 개혁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거나 질의서를 보내 의견을 들었다. 국회의원들은 물론, 필요하다면 외국인 학생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사전 공부를 열심히 한 셈이다.

그럼 학생들이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어본 후 내린 결론은 뭐였을까. 는 '청년 4명, 국민연금을 論하다' 2편에서 다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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