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김대연 기자]
<앵커>

이른바 '트럼프 쇼크'가 우리 기업들의 실적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어제(7일) LG전자에 이어 오늘 삼성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산업부 김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진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반도체 부문에서 재고 충당금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4조 6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동기 대비 55.94% 감소했습니다. 반토막이 난 거죠.

증권사 전망치였던 6조 1,833억 원보다 무려 25.6% 낮은 수준입니다.

매출은 74조 원인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9% 줄었습니다.

충격적인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이유도 언급했는데요.

반도체(DS) 부문에서 첨단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서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쉽게 말해 재고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 볼 것을 대비해 미리 손실로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비메모리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는 "첨단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과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했다"며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됐다"고 전했는데요.

미국이 중국의 AI 발전을 막기 위해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의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고 있죠.

향후 미국 제재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제품 재고를 일찌감치 충당금으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재고를 말하는 겁니까?

<기자>

우선 메모리 부문부터 살펴보면요.

현재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받고 있는 HBM3E 12단 개선제품 이전의 HBM일 가능성이 큽니다.

흥국증권은 "삼성전자가 퀄 테스트 통과가 늦어지는 만큼 선제적으로 HBM3E를 생산해놨는데, 출하량이 급감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엔비디아의 H20 칩의 중국 수출을 막았죠.

H20 칩에 삼성전자의 HBM3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문에 재고 물량 중 일부가 HBM3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 파운드리는 원래 고객이 주문해야 생산을 시작하는 수주형 작업인데요.

고객사가 주문해도 완제품을 받지 못한 이상 생산에 투입된 제품은 파운드리 업체의 재고로 잡힙니다.

당초 삼성이 4나노 공정에서 중국 AI 고객사를 확보했는데, 수출길이 막히면서 재고를 떠안게 된 겁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 DS부문의 재고평가 충당금을 1조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직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반도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겠네요?

<기자>

네, 확정 실적과 사업 부문별 실적은 오는 31일에 공개되는데요.

대부분 증권사가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을 1조 원 이하로 추정합니다.

이달에 나온 삼성전자 리포트 10개를 모두 살펴봤는데요.

그중 2분기 영업이익을 가장 낮게 잡은 곳이 메리츠증권이었습니다.

그런데 2분기 영업이익을 정확히 맞혔고요.

메리츠증권은 반도체 영업이익을 4천억 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삼성전자 사업 중 반도체의 실적을 예측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요.

통상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으면, 그 차이만큼 반도체 이익에서 뺍니다.

특히 파운드리·시스템LSI에서 2조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예측됩니다.

메리츠증권은 "HBM 매출 감소와 선단 공정의 후행 비용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는데요.

이 외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 3조 원, 디스플레이(SDC) 5천억 원, 하만 4천억 원, TV·가전 3천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앵커>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는 실적을 회복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증권가에서는 2분기가 저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각각 8조 8,613억 원과 8조 7,290억 원인데요.

2분기에 일회성 비용을 상당 규모 반영했다는 의견이 다수이고요.

내일 폴더블 신제품이 공개되죠. 실적 버팀목인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사업이 성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적 반등을 위해 삼성의 HBM이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가는 게 관건입니다.

오늘 삼성전자는 "개선된 HBM 제품은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아직도 엔비디아의 HBM3E 12단 퀄 테스트에는 통과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수장, 전영현 DS부문장이 지난달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AMD와 브로드컴에도 최신 HBM3E를 공급하기 시작했죠.

엔비디아 납품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고요. HBM4 양산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D램 가격이 오르는 것도 호재인데요.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램 가격이 10~15%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파운드리 적자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부터 첨단 2나노 공정에 주력하는데요.

키움증권은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은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엑시노스 판매 증가에 따라 영업적자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금 전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세 번째 M&A 소식을 전했죠.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인수했는데요. 인수 금액은 수천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젤스는 지난 2016년 미국의 대형 병원 그룹인 프로비던스 헬스 시스템에서 분리돼 설립된 곳인데요.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젤스의 플랫폼을 활용해 각종 웨어러블 기기와 연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김대연 기자였습니다.
김대연 기자 bigkit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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