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지난해 폐업 자영업자 100만명 넘어
내수 침체 구조적 악순환 심화 
민생회복 소비쿠폰 12조1000억원 발행
소비 진작 마중물로 악순환 끊는 전략
재정여력 쥐어 짜 나라빚도 임계치 근접

서울 송파구의 한 종합상가 점포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뉴시스]

30초마다 자영업자 1명이 폐업했다. 7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자영업자는 100만8282명이다. 하루에 2762명, 한 시간에 115명, 1분에 1.9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줄폐업이 이어지던 2019년에도 폐업자는 92만2159명으로 100만명은 넘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도 힘겹게 버텨온 자영업자들이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로변 건물 1층마저 '임대' 벽보가 크게 붙은 텅 빈 상가가 즐비하다.

한 국가의 경제는 수출과 내수로 나뉜다. 그리고 내수는 다시 소비와 투자로 나뉜다. 곳곳에 '임대' 표지를 붙인 텅 빈 상가는 소비 침체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소비가 줄어들면 폐업이 속출하고,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구조적 악순환의 바퀴는 내수 침체를 불러온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15~5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소비를 일으켜 내수 침체라는 구조적인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여기에 12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과거 재난지원금 등에서 나타난 정책적 오류들을 타산지석 삼아 소비를 일으키기 위해 보다 정교한 장치를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연간 매출액 30억원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사용하도록 했고, 논란이 됐던 이케아 같은 대형 외국계 매장이나 스타벅스 등 100% 직영 프랜차이즈도 이번에는 사용제한 업종에 포함시켰다. 쿠폰 사용범위도 거주지 지자체로 제한되고, 11월 30일까지 쓰지 않으면 환수된다.

서울 소재 전통시장 내 지역화폐 결제 가능 매장의 모습. [사진 | 뉴시스]

무엇보다 차상위계층(40만원)과 기초생활수급자(50만원)에게 더 많은 소비쿠폰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큰 차별점이다. 한계소비성향이 더 높은 가구에 더 많이 지급해 최대한 소비로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여기에 비수도권 거주자에게 3만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에는 5만원을 추가 배정했다. 상대적으로 침체가 더 심한 지방에 소비 진작 효과를 더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과거보다 더 정밀하게 설계했다는 자신감의 발로일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효과는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서는 초조함도 동시에 읽혔다. 그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추가로 더 할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재정 상황이 또 더 할 만큼 녹록치가 않다"고 답했다. 나라빚이 한계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31조8조원으로 확정된 2차 추경 예산으로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8.4%에서 49.1%로 소폭 상승할 전망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치는 국제통화기금(IMF) 방식으로 계산하면 이미 한국의 일반 정부부채 비율은 GDP의 50%를 넘었다.

IMF는 올해는 한국의 국가부채가 54.5%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 이는 2차 추경을 발표하기 전인 4월에 전망한 수치다. 이번에 31조원이 넘는 추경 예산을 편성한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비기축통화국인 선진국 11개 국가의 평균 부채 비율이 54.3%였는데, 올해 우리나라(54.5%)가 이 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이다. 추경 편성 등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없어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지출이 늘어 2029년 말이 되면 국가부채 비율이 58.4%까지 불어난다는 것이 IMF의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명지대 박정호 교수는 지난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기축통화국들은 자국이 화폐를 더 발행하거나 국채를 발행해도 외국에서 그 국채를 기꺼이 수용을 해주다보니까 자금 집행 여력이 더 원활하다"면서 "기축통화국의 부채 비율과 비기축통화국의 부채 비율은 달리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는 국가부채의 임계치를 대체로 60% 내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임계치를 넘긴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발행하면 국가부채의 임계치에는 한층 더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이번 2차 추경은 그야말로 얼마 남지 않은 재정 여력을 담보로 한 '마지막 한 방'이 될 수도 있는 처방이다. 이는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으로 연결된다.

이 대통령은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됐다는 점을 들어 "약간의 마중물을 부어주면 선순환이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낙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다시 이걸 억지로 해야 되는 상황이 안 되게 만드는 것도 우리 정부가 해야 될 일"이라면서 "일단 추가로 (소비쿠폰을 발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 부분에서 배수진을 치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가부채가 임계치에 근접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던진 이 대통령의 '12조원 짜리 승부수'는 죽어있는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이것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바퀴를 돌릴 수 있을까.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