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분양사기 실체②
분양대행사와 사각지대
2019년 도입한 의무 교육
분양대행사 임직원 대상 
매년 1회 의무 교육받아야
8시간 교육 실효성 있을까 
감소하는 의무 교육 수료자

"모든 분양상담사가 사기꾼인 건 아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씨앗은 언제나 소수 또는 작은 빈틈에서 싹튼다. 그래서 제도적 허점을 이야기할 땐 '모두'를 전제로 깔지 않으면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 분양사기도 마찬가지다. 분양대행사와 분양상담사가 분양사기의 온상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 힘들다. 여기엔 정부의 허술한 규제 정책도 한몫했다. 視리즈 분양사기의 실체 2편을 열어보자.

분양대행자 의무 교육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전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사회적 피해도 양산한다. 부동산 분양사기는 더 이상 '개인 문제'가 아니다. 분양시장을 교란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 중심엔 분양홍보관과 분양상담사가 있다.

특히 투자자에게 아파트·오피스텔·상가·지식산업센터 등의 부동산 투자처를 소개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분양상담사는 논란의 복판에 서 있다. 허위 또는 과장으로 계약을 유도한 뒤 '나 몰라라'하는 행태 때문이다.

자신을 부동산 전문가처럼 소개해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인지 분양사기 피해자의 한탄은 엇비슷하다. "… 분양상담사의 말만 믿고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 약속했던 내용을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일까. 피해자의 일관된 절규가 이어지는 까닭은 뭘까. 정부와 국회는 지금까지 어떤 대책을 마련했을까. 숱한 질문을 하나씩 풀어보자. 공교롭게도 분양상담사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반론을 펴는 이들 쪽에선 법적 규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택법은 분양대행사만 규제하고 있다(주택법 54조의2). 더구나 이 법은 30세대 이상의 주택을 분양하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30세대 미만 주택, 오피스텔·상가·지식산업센터 등의 수익형 부동산은 여전히 규제 바깥에 놓여 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분양상담사가 몇명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분양상담사와 분양대행사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건 아니다. 2019년 정부는 주택법에 분양대행사를 '의무 교육'하는 규정(제54조의 2)을 신설했다. 세부 지침을 담은 '분양대행자 교육에 관한 규정'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분양대행자(건설업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부동산개발업자, 법인·개업공인중개사) 소속 임직원은 정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매년 8시간의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소속 임직원엔 계약직도 포함한다. 주택 관련 상담을 하거나 안내하는 직원, 청약 당첨자 명단을 관리하는 직원도 교육 대상이다.

의무 교육인 만큼 처벌 규정도 있다. 의무 교육을 수료한 분양상담사는 견본주택(이하 모델하우스) 분양업무를 보는 곳에 교육수료증명서를 게시하거나 교육수료증을 몸에 달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시행사 등 사업주체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언뜻 보면 규제 시스템을 잘 갖춘 듯하다. 하지만 분양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연 8시간의 교육으로 분양사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거다. 실제로 8시간의 교육 과정 중 분양대행자가 갖춰야 할 직업윤리를 가르치는 '분양대행자의 기본소양' 수업은 1시간 30분에 불과하다. 의무 교육 수료증을 받기 위한 요식 행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시행사 등에 "분양대행자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분양대행자 교육수료자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체와 분양대행자(대행사·상담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의무 교육의 허점은 또 있다. 언급했듯 의무 교육 대상은 주택법에서 규정한 30세대 이상의 주택을 분양하는 곳의 임직원이다. 그래서 분양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익형 부동산은 '규제 밖'에 놓여 있을 공산이 크다.

아울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의무 교육을 수료한 분양상담사가 분양 현장에서 절차와 규칙을 지키고 있는지를 관리·감독하는 곳이 사업주체인 시행사여서다.

부동산 분양 시장 업계 관계자는 "몇몇 대형 분양현장이 아니면 의무교육 수료증을 패용하고 있는 분양상담사를 보는 건 쉽지 않다"며 "분양 사업을 맡긴 시행사가 1차 검증을 하고, 지자체와 국토교통부가 최종적으로 검증을 하니까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상담사의 분양사기를 막을 관련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무 교육의 실효성을 따져볼 때란 건데, 이를 증명하듯 교육을 받는 분양상담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현재 정부의 위탁을 받아 분양대행자 의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교육기관은 총 3곳이다.

이중 A교육기관의 수료생은 2020년 2887명에서 지난해 1195명으로 5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C기관은 58.5%(704명→292명)으로 쪼그라들었다. B기관의 수료생도 2021년 1528명에서 지난해 1146명으로 25.0% 줄었다.

분양대행자 의무교육 기관 관계자는 "분양대행자 의무 교육에 사각지대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의무 교육을 받는 분양대행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짚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제도'라도 신설한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회는 과연 뭘 했느냐는 거다. 더구나 2022년 터진 전세사기 사건을 발판으로 분양사기를 뿌리 뽑을 대안을 만들 기회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분양사기의 실체' 3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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