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성이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러브버그 확산으로 서식 환경 차단을 위한 잡초 제거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사용되는 미국산 제초제 성분 ‘디쿼트’가 인체 장기 손상과 장내 미생물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디쿼트는 장 점막을 약화시켜 체내 독소 유입과 전신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동시에 간과 신장, 폐 조직에 구조적·기능적 손상을 일으킨다.

중국 쑤이닝중앙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약리학에 최전선'에 5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쿼트가 유익균 생성을 억제하고 영양소 흡수와 에너지 대사를 방해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장기기능부전(MODS)을 유발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한국에서 '디콰트'란 이름으로도 알려진 디쿼트는 잡초를 빠르게 고사시키는 제초제 성분이다. 주로 농작물 재배지와 과수원에서 사용된다. 글리포세이트나 파라콰트 등 논란이 된 제초제의 대체물로 미국에서 과수원 등에 활용돼 왔으나 오히려 이들보다 독성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의 네이선 돈리 과학 책임자는 “디쿼트는 인간 건강 측면에서 글리포세이트보다 훨씬 해롭다”며 “보다 독성이 강한 물질로의 ‘유감스러운 대체’가 비효율적인 규제 구조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쿼트는 신경독성과 발암성도 유발할 수 있는 우려되는 성분이다. 지난해 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미국 EPA 자료를 분석한 결과 디쿼트는 지속적으로 인체에 노출됐을 때 글리포세이트보다 약 200배 더 독성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험용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다수의 연구에서 파킨슨병 유사 증상이 확인됐으며 신경계 손상 및 발암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다수 국가에서는 이미 사용이 금지됐지만 미국과 한국에서는 여전히 제초제 성분으로 허용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규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디쿼트를 계속 허용하고 있다. 디쿼트 성분이 포함된 제초제 신제품도 지난해부터 시판됐다. 한국에선 현재 디쿼트가 단일 또는 혼합 제형으로 등록돼 농업 현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내 비영리 환경단체들조차 디쿼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다. 미국 내 농약 규제가 지나치게 느슨해 다른 유해물질인 글리포세이트, 파라콰트, 클로르피리포스 등과의 싸움에 자원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돈리 책임자는 “미국은 유럽이 20년 전 마무리한 논쟁을 이제서야 시작하고 있다”며 “디쿼트는 그 과정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EPA는 디쿼트에 대한 재검토 계획이 없다. 일각에선 업계와의 유착 의혹도 꾸준히 제기된다. 2022년 EPA는 신경독성 논란이 있던 클로르피리포스를 금지했으나 관련 산업계의 소송으로 금지 조치가 법원에서 뒤집힌 바 있다. 돈리 책임자는 “EPA는 유독성 농약을 ‘불가피한 악’으로 여기는 관점이 강해 금지 조치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