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흘 뒤에야 서명·부서란 담긴 선포문 작성돼
한덕수, 서명한 이틀 뒤 다시 "서명 없던 거로 하자"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07.0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이태성 고재은 기자 = 내란 특검이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공범으로 적시됐다.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부분으로 특검이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전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문이 사후에 작성되고 폐기되는 과정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한 전 총리를 내란 공범으로 본 것이다.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따르면,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대통령의 행위는 문서에 의해야 하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 전 실장은 6일 오전 한 전 총리에게 전화로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자료가 없는데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지' 문의했고,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받아 보관하고 있던 '비상계엄 선포문' 제목의 출력물을 한 장 전달받았다.

강 전 실장은 새 문서에 대통령이 서명하고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이 부서할 수 있는 표지를 작성하고 그 뒤에 한 전 총리로부터 받은 출력물을 부착해 부서란이 부착된 비상계엄 선포문 양식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문서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제목과 함께 '2024. 12. 3. 22:00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2024. 12. 3.' 이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강 전 실장은 6일 저녁 무렵 한 전 총리에게 연락한 뒤 삼청동 공관에 양식을 전달, 한 전 총리는 여기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12월 8일경 다시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단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이야기한다. 이를 강 전 실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은 "총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며 문서 폐기를 승인했다.

강 전 실장은 이후 대통령비서실 부속 사무실에 보관돼 있던 문서를 세단기에 넣어 파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한덕수, 김용현과 공모해 마치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인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전 부서한 문서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대통령이 서명하고 국무총리, 국방부장관이 부서한 '2024. 12. 3자 비상계엄 선포문'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적시했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이어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 및 폐기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전 총리는 추후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직권남용 행사'의 피해자가 될 수도, 내란을 방조하고 심지어 가담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특검이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신병 문제가 수사 초반부터 거론되는 만큼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들에 대한 수사 강도도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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