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10개월 만에 완전체 콘서트 ‘데드라인’
5~6일 양일 고양종합운동장 7.8만명 동원
신곡 ‘뛰어(Jump)’로 여왕의 귀환 알려
블랙핑크가 5, 6일 이틀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새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으로 7만 8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블랙핑크 인 유어 에리어(BLACKPINK in your area), 뛰어!”
마침내 돌아왔다. 블랙핑크의 한 마디에 고양이 들썩였다. 웨스턴 스타일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사운드를 버무린 신곡 ‘뛰어(JUMP)’가 울려 퍼지자, 30도의 폭염을 잊은 블링크(블랙핑크 팬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폭죽과 ‘뿅봉’(블랙핑크 응원봉)이 분홍 파도를 만들며 ‘여왕들의 귀환’에 환호했다. K-팝 간판스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걸그룹’(타임)으로 군림해 온 블랙핑크의 컴백은 최근 K-팝의 가장 강력한 오늘을 보여준 한 장면이었다.
블랙핑크는 5~6일 이틀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새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으로 7만8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2022∼2023년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로 180만 명의 관객과 만난 이후 1년 10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 2년 8개월 만에 발표하는 신곡인 ‘뛰어’를 선보인 이 공연은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출발점이다.
이번 공연은 티켓팅 당시부터 팬덤은 물론 K-팝 업계마저 요동치게 했다. 블랙핑크가 지난 2023년 12월 YG엔터테인먼트와 팀 활동 재계약만 한 채 홀로서기를 하다 보니 이들의 ‘완전체’ 복귀에 대해 회의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랙핑크는 지난 22개월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솔로 활동을 하며 K-팝 여성 가수가 도달하지 못했던 최정점에 올라섰고, 이젠 모든 우려를 잠재우며 신곡까지 들고 돌아왔다.
다시 뭉친 완전체 블랙핑크가 5, 6일 이틀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새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으로 7만 8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블랙핑크 ‘셧 다운(Shut Down)’ 중)라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컴백’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공연의 구성은 블랙핑크의 역사를 망라하며 네 멤버의 현재를 담아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걸그룹’으로 불렸지만, 다시 뭉친 네 사람의 무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위상이 더해지자,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강력한 상징성이 생겼다.
솔로 가수로 세계를 호령하며 보여준 위상과 내공이 이날 무대에 빼곡히 채워졌다. 노래 한 소절, 손짓 한 번, 표정 하나에 슈퍼스타의 아우라로 채워졌고, 라이브와 퍼포먼스 실력마저 일취월장이었다. 공연은 2019년 발표, 일명 ‘장총 퍼포먼스’로 세계를 사냥한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로 문을 연 뒤 핑크빛 폭죽과 함께 ‘핑크 베놈(Pink Venom)’,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불장난’까지 내달리며 총 25개 곡을 들려줬다. 멤버 지수는 “이번에 단체와 솔로 무대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솔로로도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구나, 이번 투어는 더 다양해지겠다는 생각에 더 떨렸다”고 고백했다.
“9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며 부른 데뷔곡 ‘휘파람’부터 기존 블랙핑크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신곡 ‘뛰어’, 다채로운 개성을 담은 솔로 무대는 블랙핑크의 성장 서사마저 엿보게 했다. 각각의 곡마다 등장하는 떼창 구간에선 어김없이 3만 8000여 관객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네 멤버의 솔로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홀로서기 이후 네 사람의 솔로 활동은 저마다의 역사를 쓴 덕이다. 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지수는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의 47위에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어스퀘이크(earthquake)’와 ‘유어 러브(Your Love)’를, 리사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70위에 오른 ‘록스타(Rockstar)’와 ‘뉴 우먼(New Woman)’을 선보였다.
제니는 ‘핫100’ 96위까지 입성하며 올해 발매한 K-팝 앨범 중 유일하게 미국 유수 음악 매체로부터 2025년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된 ‘루비(Ruby)’에 수록, ‘핫100’ 96위에 안착한 ‘라이브 제니(like JENNIE)’를 포함한 세 곡을 들려줬다. 자신감 넘치는 쫄깃한 래핑이 이어질 때 객석은 제니의 ‘걸크러시’ 화력에 사로잡혀 함성을 쏟아냈다.
돌아온 블랙핑크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 16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를 시작한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솔로 무대의 ‘화룡점정’은 로제였다. 백스테이지부터 걸어 나오는 로제의 모습이 스크린에 담길 때, 객석에선 로제가 무대에 등장할 때까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며 부른 ‘3am’과 ‘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에 이어 전 세계를 사로잡으며 K-팝 사상 빌보드 ‘핫100’ 최장 진입 기록(36주)을 세우고 세계 양대 차트(미국 ‘핫100’ 3위, 영국 오피셜 ‘톱100’ 2위)를 평정한 ‘아파트(APT.)를 들려줬다. 그 어느 때보다 데시벨 높은 떼창이 쏟아진 순간이다.
이날 고양종합운동장의 하늘 위론 불꽃과 폭죽, 드론쇼가 내내 장관을 이뤘다. 공연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LED 전광판은 월드스타인 네 멤버의 모습을 공평하게 담았다. ‘불장난’ 무대에선 네 멤버가 4분할된 대형 LED 앞에 서서 초근접 모습을 보여줬고, 때로는 멤버들을 런웨이 위의 모델처럼 따라다니며 슈퍼스타의 아우라를 기록했다. 블랙핑크의 9년사(史)는 넷이 뭉쳤을 때 더욱 강력했다. 동시에 이번 공연으로 다시 확인한 것은 한 그릇에 담기 어려운 네 멤버의 엄청난 존재감이었다.
네 멤버는 이제 고양을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카고·뉴욕,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총 16개의 글로벌 도시로 향한다. 각 지역의 스타디움급 공연장에서 총 31회의 공연으로 팬들과 만난다. 제니는 “오늘(만남)을 마지막으로 월드투어를 떠나게 돼 아쉽다. 우리 ‘블링크’ 여러분을 다시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돌아온 블랙핑크의 화력은 증명했다. 고양 공연에선 전광판밖에 보이지 않는 시야 제한석(티켓가 9만9000원)까지 매진됐고, 일부 좌석(13만원짜리 N구역)에선 시야 방해로 인한 불만까지 폭주했다. 홍콩에선 550만 홍콩달러(한화 약 9억5500만원), 싱가포르에선 2만6000싱가포르달러(약 2765만원)의 암표 사기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 투어보다 2배 이상 규모가 커진 만큼 블랙핑크는 이전을 능가하는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현장엔 공연 관람과 호텔 숙박 등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한국을 찾은 팬들도 상당히 많았다. 공연장 앞에서 만난 여행사 측 관계자는 “이틀간 대형 관광버스 40대(1800명)가 이동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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