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테슬라·스페이스X 동시 위기로 전재산 날려
2017년 모델3 생상 위기엔 주 120시간 일하면서 극복

1일(현지시간)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모형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2025.07.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Zip2부터 페이팔, 오픈AI까지 공동 설립에 참여한 이력을 보면 일론 머스크는 통찰력 있는 경영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전 재산을 날려 빈털터리가 됐고, 모든 사업이 한꺼번에 무너질 위기에 직면한 적도 있었다. 그는 그 순간을 끝까지 버티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위기를 돌파해 왔다.

머스크는 2008년을 회고하며 "크리스마스이브에 회사가 모두 망할 뻔했다"고 말한다. 당시 테슬라는 첫 양산 모델인 '로드스터'의 생산이 지연되고 리콜 문제까지 겹치며 자금난에 시달렸다. 운영비가 바닥나자 머스크는 고객 예치금까지 끌어다 썼다. 이사회는 반대했지만 그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며 밀어붙였다. 파산했더라면 수십억 원대의 빚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었다.

같은 시기 스페이스X도 벼랑 끝에 서 있었다. 로켓 발사 세 차례 연속 실패. 업계에서는 "네 번째도 실패하면 끝"이라는 말이 돌았다. 민간 우주 기업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정부 외에는 마땅한 수요처도 없었다.

이 시기 머스크는 페이팔 매각으로 번 1억 758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 투자한 상태였다. 생활비가 없어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공장에서 숙식하며 버텼다.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다. 2025.05.27 ⓒ 로이터=뉴스1

기적처럼 연말에 스페이스X의 네 번째 발사가 성공했고, NASA와 상업용 우주 수송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존의 길이 열렸다. 테슬라도 독일 다임러의 5000만 달러(약 680억 원) 투자와 미국 정부의 대출 지원으로 파산을 면했다. (다임러는 이후 테슬라 주가 급등으로 15배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2017년에도 위기는 발생했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대량 생산이 지연돼 여기저기서 위기론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머스크는 전 공정을 자동화하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사람을 투입해 수작업 공정을 늘렸다. 머스크는 모델3 생산을 위해 매주 120시간씩 일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초인적 경영 방식은 이때 완성됐다.

최근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이면서 또 위기를 겪는 듯하다. 한때는 수억 달러를 후원하는 '정치적 동맹자' 였지만 머스크가 지난 6월 트럼프의 예산안에 "세금 낭비"라고 비판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트럼프는 그를 향해 "추방될 수도 있다"고 강하게 반격했다. 머스크는 굴하지 않고 "새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며 정면 대응했다.

상장사 최고경영자(CEO)가 불필요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그의 이력과 DNA를 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그는 이미 세 번 로켓이 떨어지고, 전 재산을 날리고, 회사가 파산 직전까지 가본 사람이다. 대통령과의 설전 정도는 그의 인생에서 리스크가 아닐 수 있다.

그는 실패를 피한 적이 없다. 대신 늘 버텼고 살아남았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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