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KOBIC,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 첫 성과
한국인 전장 유전체 4000건 생산…내년 3월 7만 1000건 추가
'한국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속화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서버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권석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오른쪽)과 정해영 생명연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장(왼쪽)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에만 유독 많은 특이·희귀·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될 '전장유전체'의 첫 데이터가 생산됐다. 5년에 걸쳐 한국인 34만명의 유전체를 모으는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이하 구축사업)의 첫 성과다.
6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 연구팀은 구축사업의 1차 연도 성과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전장유전체 데이터의 생산·분석과정의 기준이 될 표준작업 절차를 확립하고 실제 4000건을 생산해 분석을 마친 것. 전장유전체는 생명체를 이루는 모든 유전자를 말한다. 전장유전체를 분석하면 특정 종에서 나타나는 유전자의 특징과 변이, 다양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집단에서 나타나는 유전병이나 희귀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모색한다.
바이오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과정/그래픽=최헌정
구축사업은 크게 △병원 등 의료기관의 의료정보 및 검체수집 △유전체와 멀티오믹스 데이터 생산 및 분석 △데이터 공개의 3단계로 나뉜다. 이 중 KOBIC 연구팀은 고품질의 유전체(유전정보) 데이터와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생산·분석하는 과정을 맡았다. 멀티오믹스는 한 생명체의 몸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정보와 단백질, 대사정보의 총체다. 의료기관이 '원료 상태'의 혈액, 소변, 조직 등의 시료를 수집해 연구팀에 전달하면 연구팀은 이를 일정한 기준에 맞춰 분류하고 분석해 유용한 정보로 재가공한다. 이를 통해 연구에 쓸 수 있는 고품질 유전체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멀티오믹스 데이터=유전체+전사체+단백체+대사체/그래픽=김지영
수집한 유전체 시료를 운송한 후 품질 관리를 거쳐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 (왼쪽에서 오른쪽) /사진=KOBIC
이렇게 생산된 고품질 유전체 데이터는 국가 인프라로 무료개방된다. 암·치매·난치성 질환 등을 연구하는 연구자와 바이오산업계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한국인의 생체정보를 특성에 맞게 정리한 일종의 '멀티오믹스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사업단은 9년에 걸쳐 한국인 100만명의 바이오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먼저 2028년까지 진행될 1단계 사업에서 77만2000명의 바이오 데이터를 구축한다. 34만명의 유전체 데이터, 3000명의 멀티오믹스 통합데이터 세트가 여기에 포함된다. 생산된 데이터는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연구자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 생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의 기틀을 잡아 데이터 4000개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만큼 하반기부터는 데이터 생산 및 분석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전종범 생명연 KOBIC 선임연구원은 고품질의 유전체 데이터를 매월 최대 1만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우선 내년 3월쯤 멀티오믹스 통합데이터를 포함한 약 7만1000개의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서양권의 코카서스인종(백인종)에 비해 부족했던 동아시아계 인종의 유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국의 UK바이오뱅크, 미국 올오브어스 등 기존 바이오 데이터에는 동아시아인의 유전정보가 적어 신약연구 등에서 동양인의 인종적 특성이 과소평가됐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이는 공통의 조상과 생활습관을 공유하는 집단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신약 및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인종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구축할 한국인 유전체 빅데이터가 한국인을 위한 정밀치료를 넘어 전세계 바이오 연구에도 전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정해영 KOBIC 센터장은 "이번 구축사업에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환자 및 일반인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소중한 참여로 만들어진 데이터가 미래자산으로서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기초분석 및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권석윤 생명연 원장은 "생명연과 KOBIC는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의 한 축으로서 고품질 유전체 및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생산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데이터 기반 바이오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국인을 위한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 개요/그래픽=최헌정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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