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18일 만에 尹 구속영장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위법성
계엄 선포문 사후 서명 등 혐의
“尹, 관계자들과 증거인멸 우려”
영장실질심사 때 강조 나설 듯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이 수사 18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는 추가 조사 없이도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영장이 발부돼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면 외환 혐의 수사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은 6일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 등을 적시했다. 이 중 비상계엄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작성은 지난달 24일 체포영장 청구 때는 적용하지 않았던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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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받고 나오는 尹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2차 대면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해 혐의를 다져왔다.
특검은 우선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집중했다. 당시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을 소집하지 않아 그들이 국무회의 심의·의결권을 침해받았다는 구도로 사건을 구성했다. 윤 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일부 국무위원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최근 소환했다. 국무위원 호출에 관여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정환 전 수행실장도 불러 조사했다.
최초의 비상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려 계엄 선포문을 사후에 새로 만든 혐의(허위공문서작성)도 체포영장 청구서에는 없던 것이다.
특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계엄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5일 계엄 선포문을 출력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서명을 받았고, 이틀 뒤 윤 전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전 총리가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해당 문서는 생성 며칠 뒤 폐기됐지만, 허위공문서작성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용서류손상 혐의도 적용한 걸로 알려졌다.
특검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범죄사실을 강조하고 윤 전 대통령이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사건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하급자이자 사건 관계자였던 이들과 연락하며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계엄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이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최근 증거인멸 등 우려로 추가 구속된 점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수사의 또 다른 ‘본류’인 외환 혐의 입증에 주력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외환유치 혐의는 다른 사건과 달리 특검 출범 이후에야 수사가 본격화했다. 특검은 이미 군 관계자 상당수 조사를 마쳤고, 드론작전사령부에 무인기를 납품했던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특검은 다만 외환 사건의 수사 대상이 방대하고 고의성 등을 입증하기 까다로워 윤 전 대통령 신병을 우선 확보한 뒤 사실관계를 다지고 법리 검토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외환 혐의를 제외함으로써 관련 수사 내용을 윤 전 대통령 측에 미리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특검은 영장 청구 하루 전인 5일 윤 전 대통령을 두 번째로 소환해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외환 혐의 사건 등을 조사했다. 조사는 오전 9시4분에 시작해 오후 6시34분에 마무리됐다. 점심시간 1시간2분을 제외하면 약 8시간30분에 걸쳐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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