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자 74% 급증, 5명 사망
가축 10만마리 폐사... “큰 비 없다”

폭염특보와 열대야 현상으로 인해 밤낮으로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진 5일 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려 더위를 식히고 있다./뉴시스

이례적으로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6일 강원도 지역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오르며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를 나타냈다. 7월 중·하순에나 찾아오는 40도 가까운 불볕더위가 7월 초에 찾아온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 삼척의 낮 최고기온이 39도, 강릉 38.7도, 울진 38.6도, 동해 38.3도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동해와 울진의 낮 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7월 기온이었다. 무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보다 세력을 빠르게 넓히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른 찜통더위로 인해 온열 질환자도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사망자 5명을 포함해 79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455명)보다 74% 늘었다. 전남, 전북, 충남, 충북, 경남, 경북 등 광역자치단체 6곳에선 닭과 오리, 돼지 등 가축 10만2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이번 주 서울이 36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는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큰비 소식이 없고, 기압계에 큰 변화도 없어 무더운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절기상 소서(小暑)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와룡공원 바닥분수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예년보다 보름가량 빠른 찜통더위는 장마가 일찍 왔다가 끝난 것과 관계가 깊다. 본래 우리나라는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장맛비가 퍼붓고, 폭염이 오는 게 일반적인 여름 날씨였다. 그러나 올해는 1973년(제주 7일·남부 6일) 이후 둘째로 장마 기간이 짧았는데, 그만큼 폭염이 일찍 찾아왔다. 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이 다른 해보다 먼저 시작돼 덥고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이 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을 덮으면 강한 일사에 의한 폭염이 발생한다.

폭염은 이번 주 한반도 서쪽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7일 32도에서 8~9일엔 올 들어 가장 높은 36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광주도 9일 36도를 기록하겠다. 별다른 비 소식도 없다. 기상청은 중기 예보에서 오는 12일까지 큰 비가 내리지 않겠다고 예보했다. 간간이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은 있겠지만, 양이 적어 습도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주 폭염이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여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이 많이 발생하면 대체로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도 많이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온 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돼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29일 올해 첫 열대야를 기록했는데, 이번 주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2020년 13일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48일을 기록했다.

이른 찜통더위로 인한 온열 질환자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온열 질환자가 790명이나 발생했다. 서울, 부산, 경기, 경북, 경남에서 1명씩 총 5명이 사망했다. 6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낮 12시 41분쯤 경북 의성군 가음면의 밭에서 A(90)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당시 의성 지역 낮 기온은 34도로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A씨의 체온은 41도였다. 경찰 관계자는 “밭일을 하다가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1시 48분쯤 경남 진주시 금산면에선 비닐하우스에서 작업 중이던 80대 여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날 진주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3.8도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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