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캐릭터 공공예절 안내문을 보고 있는 관광객. 2025.07.04./사진=SNS 캡처
간사이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만화 및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공공예절 안내가 주목받는다. 자국 인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오버 투어리즘(관광 공해) 문제와 해외 시장 확장을 동시에 시도했다는 평가다.
5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오사카 지역에서 신칸센을 운영하는 JR 도카이와 일본 굴지의 만화사 고단샤는 간사이 엑스포를 맞아 'MANGA MANNERS(망가 매너즈)'를 기획했다. 두 회사는 간사이 엑스포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염두에 두고 도쿄, 시나가와, 나고야, 교토, 신오사카 등 주요 역에 만화 및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광고를 설치했다.
광고에 활용한 작품은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공각기동대', '카드캡터 사쿠라', '진격의 거인' 등 고단샤가 출간한 총 17개 작품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IP들이다. 광고에는 만화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는 안전선 뒤로 물러서세요"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이벤트다.
일본영상협회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조엔(약 28조3623억원)을 넘겼다. 이 중 일본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조6243억엔(약 15조3563억엔), 해외 시장은 1조7222억엔(약 16조2819억엔)으로 집계돼 국내보다 해외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현지 콘텐츠 업계는 이번 광고 이벤트가 만화 및 애니메이션으로 인한 오버 투어리즘 문제 해결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지역 주민들이 전 세계에서 찾아온 팬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만화 '슬램덩크'의 실제 배경지인 가나가와현 에노시마 전철 가마쿠라 고교 앞 1호 건널목에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 차도 위 촬영이나 사유지 침입 등의 민폐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간사이 엑스포에서는 만화 및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몬스터헌터', '포켓몬스터' 등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조형물을 전시장 곳곳에 설치하고 AR(증강현실)과 3D 입체 음향을 활용한 몰입형 체험관 'XD 홀'을 운영하고 있다. 또 '포켓몬 GO'의 간사이 엑스포 버전을 배포해 엑스포 한정 포켓몬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간사이 엑스포라는 이벤트를 활용해 자국 IP를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려는 시도가 훌륭해 보인다"며 "최근 국내 웹툰과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런 글로벌 행사를 기획하면서 IP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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