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가 상실로 인해 슬프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하고 어여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오세이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마오리' 그리고 '도루'의 풋풋하고도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려낸 뮤지컬 작품이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전날의 기억을 잃는 마오리는 전날 자신이 쓴 일기에 기억을 의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짓 고백한 도루에게 자신을 진짜로 좋아하진 말라는 전제 조건을 걸고 계약 연애를 시작한다.
계약 연애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데이트도 즐기고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운 관계로 발전했다. 결국 서로에게 진짜 마음을 뺏겨 버린 두 사람이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 마오리의 곁에 도루는 없었다.
도루의 부탁을 받아 친구들 '이즈미'와 '켄토'는 마오리의 기록 속 도루를 지운 탓에 마오리는 도루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그러다 점차 건강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학창 시절에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함께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운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교복을 입은 주인공들의 학창 시절 풋풋한 사랑이나 두 사람이 엮이게 되는 과정의 디테일 등은 성인이 보기에 다소 유치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작품이 끝나고 나가는 길에 어디선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관객에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상실의 아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중한 기억을 잃는다는 것, 사랑하던 사람을 남기고 떠날 수밖에 없는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게 되는 상실은 누구나 인생을 살며 한 번쯤은 느끼는 애달픈 감정이다. 가슴 한편이 저릿한 느낌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루를 잃은 마오리의 감정과 두 사람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세이사'는 마오리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매우 공들였다. 도루를 향한 마오리의 사랑과 기억은 추상적 개념이기에 관객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눈으로 볼 수 있는 '일기'로 표현됐다. 무대 연출을 통해 일기가 채워지고 지워지는 과정을 지켜본 관객들이 마오리의 들뜬 설렘부터 기억 소거로 인한 상실의 아픔까지 같이 느낄 수 있게 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불꽃놀이 신은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없는 환희를 관객에게도 선사한다. 쉼 없이 움직이는 세트와 배경화면은 도루와 마오리가 서로에게 향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화려하게 터져 어두운 밤을 밝힌 폭죽은 관객석에까지 이어져, 마치 관객도 불꽃놀이 현장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폭죽이 주는 화려함이 압권.
이준, 솔빈, 인성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출연하는 '오세이사'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넘버에 K팝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돼 있다. 관객들도 K팝을 즐기 듯 복잡하지 않은 리듬을 즐길 수 있다. K팝 리듬에 맞춰 라붐의 히트곡 '상상 더하기'를 살짝 녹여낸 솔빈의 춤은 작은 재미 포인트.
한편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8월 24일(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무대에 오른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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