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회의서 '대선 영향'에 결론 못내
5개 안건 상정돼 논의했지만 모두 부결 결론
모든 안건에서 찬성 보다 반대 의견 2배 많아
재판제도·법관인사 분과위 구성…후속 논의
[고양=뉴시스] 김근수 기자 = 법관대표회의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5.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선고와 관련한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30일 임시회의를 다시 열었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상정된 5개 안건을 심의했지만 모두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 이날 오전 10시 법관 대표 126명 가운데 90명 참석으로 회의를 속개했다. 이날 회의는 원격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에 관한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모으는 기구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둘러싸고 재판 공정성이 논란이 되자 지난 5월 26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열었다.
지난 회의에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선고한 배경을 두고 불거진 '재판 공정성'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됐다. 또 판결을 문제삼아 여권을 중심으로 대법관 탄핵·청문 등의 움직임이 일자 이를 우려하는 '사법권 독립' 문제도 안건으로 올라왔다. 당일 회의 현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5개 안건이 추가 상정됐다.
다만 법관 대표들은 지난 회의에서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사법 개혁이 대선 의제로 부상하면서 입장 표명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대선 이후 회의를 열기로 했다.
법관 대표들은 이날 회의에서 상정된 7개 안건을 5개로 수정해 다시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논의한 안건은 지난 회의와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 상고심 선고 관련 공정성 문제,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에 따른 재판 독립 등으로 구성됐다.
표결을 진행한 결과 모든 안건에서 찬성 의견 보다 반대 의견이 두 배 이상 많이 나왔다.
상정된 첫 번째 의안 중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초래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함을 천명한다'는 찬성 29명, 반대 57명으로 부결됐다.
또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엄중히 인식한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은 찬성 29명, 반대 56명으로 부결됐다.
'향후 관련 분과위원회를 통해 제도개선안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두 번째 의안과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판결을 한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절차 등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는 세 번째 의안도 부결됐다.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할 문제가 법원의 재판 사항이 되고, 재판의 결과가 곧 정치가 된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이 시기 법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요소임을 인식한다. 사법의 정치화를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 분과위원회 차원의 논의를 한다'는 네 번째 의안은 찬성 18명, 반대 64명으로 부결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자유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가치임을 확인한다.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의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대책을 논의한다'는 다섯 번째 의안도 찬성 14명, 반대 67명으로 부결됐다.
법관 대표들은 이 대통령 상고심 선고 논란 안건과 관련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의견표명은 부적절하며, 신속한 재판과 외관의 공정성이라는 가치 중 어느 한 가치를 택한 법관의 판단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로 판결 내용이 아니라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로 사법신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견 표명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또한 법관대표회의가 이 대통령 상고심 선고 논란과 관련해 아무런 의견 표명이 없다면 사법부가 어떠한 책임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의결 내용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사법권 독립 안건과 관련해선 사법신뢰 훼손에 대한 의견 없이 재판 독립에 대한 의견 표명만 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국민의 감시를 차단하겠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아울러 법관 탄핵은 헌법상 권한인데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회의에 앞서 이 대통령의 선거법 파기환송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재판부가 대선 이후 헌법 84조를 이유로 공판기일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면서 법관 대표들이 의견 표명에 합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법관대표회의는 재판제도 분과위원회와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각 분과위원회는 올해 12월 예정된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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