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성호 의원, 윤호중 의원
이재명 대통령이 새 정부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이자 최측근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지명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대선 당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으로 선거를 이끈 윤호중 의원이 지명됐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법 개혁을, 행안부 장관은 검찰 개혁에 따라 수사권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경찰을 관할한다. 검찰 개혁을 이끌 투톱에 친명(친이재명)계 좌장과 경선 캠프 좌장이었던 5선 중진 의원을 전진 배치해 반드시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7인회 좌장’ 정성호 법무장관 지명
정 법무장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38년 지기다. 이 대통령이 2017년 성남시장 신분으로 대선에 출마하며 중앙정치에 등판한 뒤 지근거리에서 조력해 왔으며, ‘원조 친명’ 그룹인 7인회의 좌장으로 꼽히는 핵심 측근이다. 이 대통령과는 사석에서 호형호제하고, 수시로 소통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친명 인사들 가운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는 등 ‘레드팀’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법조 인맥이 폭넓은 만큼 새 정부의 사법·검찰 개혁 과정에서 겪을 진통을 상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당내 강경파 중심으로 대법관 100명 증원론 등에 대해 속도 조절을 강조하는 등 여권의 과도한 입법 움직임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에 검사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사실상 검찰·사법 개혁의 키는 국회와 법무장관이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오랜 지기라는 이유로 배제될 이유는 없지만 그래서 발탁된 것은 아니다”라며 “내실 있는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장관 후보자 지명 후 입장문을 통해 “12·3 비상계엄으로 무너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복원하고, 권력기관 정상화라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이 다시 국민과 약자의 방패라는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따뜻한 법무 행정을 구현하는 데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 핵심 당직 모두 거친 캠프 좌장 윤호중
경기 구리에서 5선을 지낸 윤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당직자 출신으로 조용하고 꼼꼼한 일처리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내 이해찬계로 꼽히며 당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등 주요 당직을 두루 거쳤다. 이번 대선에서는 경선 캠프를 총괄한 데 이어 본선에서도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당초 법무장관 물망에 오르기도 하는 등 입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 후보자는 페이스북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선진 행정 시스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 시스템으로 확실한 혁신을 이루겠다”며 “‘유능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강 비서실장은 “윤 후보자는 국민 행복이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신념을 가진 정책통”이라며 “보수적인 관료 체계를 가치 지향적이고 실용적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는 한편 폭넓은 소통으로 중앙과 지방이 협업하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 與 현역 8명 내각에 포진
두 현역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내각을 통할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이날까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현직 국회의원은 총 8명에 달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강선우(여성가족부)·전재수(해양수산부)·김성환(환경부)·안규백(국방부)·정동영(통일부)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바 있다.
강 비서실장은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 돼서 지금까지 호흡해 왔던 분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현직 정치인이 많이 발탁된 것은 혼연일체로 뛰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장관 후보자 11명을 지명한 데 이어 이날 6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인사 속도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취임 24일 만에 19개 부처 중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제외한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대한민국이 한미 관세 협상이나 여러 가지 막중한 현안 속에서 인사를 긴급하게 해야 될 필요성이 있었다”고 했다.
▽정성호 후보자 △강원 양구(63) △서울대 사법학과 △대진대 법학 석사 △17·19·20·21·22대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윤호중 후보자 △경기 가평(62) △서울대 철학과 △17·19·20·21·22대 국회의원 △민주당 사무총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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