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한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첫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고강도 조사를 준비해온 ‘내란 특검’은 15시간 동안 윤 전 대통령을 출석시켜 체포 방해 혐의와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의결 과정, 외환 혐의 등을 조사했지만 실제 조사 시간은 5시간 5분에 불과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자 자격을 문제 삼으며 조사실 입실을 3시간 동안 거부했고, 식사 시간과 피의자 신문 조서 열람 시간 등을 보장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30일 다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즉각 통보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사는 임의수사가 원칙이며, 강제수사는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만 해야 한다”며 “7월 3일 이후로 조정해 달라”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 특검, 尹 ‘국무위원 상대 직권남용’ 혐의 추가 검토
내란 특검은 이날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의결 과정 △북한 공격 유도, 외환죄 의혹 등 기존 검경 수사에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조사에는 김정국(사법연수원 35기)·조재철(36기) 부장검사가 투입됐다. 두 검사는 윤 전 대통령과 별다른 근무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 1월 26일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하면서 “계엄이 법령에 따른 절차를 따르지 않은 하자 있는 국무회의를 거쳐 선포됐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그러나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직후 국무회의가 왜 바로 소집되지 않았는지,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계엄을 방조하거나 검경 조사에서 허위로 진술한 것은 아닌지 등은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조사에서 특검은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지를 사전에 작성해 윤 전 대통령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기소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및 군 사령관들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특검이 추가로 수사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가 불가능한 만큼, 새 혐의를 적용해 강제수사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지영 특검보도 브리핑에서 “(이날 집중 조사된 혐의 중 일부는) 이미 기소된 범죄사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이 같은 혐의로 추가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이 북한의 무인기 공격 등을 유도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마련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에 대한 조사도 이날 진행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노상원 수첩’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노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 박 특검보는 “(외환 의혹과 관련해서도) 상당 부분 자료가 준비됐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 때처럼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본인 입장을 적극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과 내란 혐의 재판에서 “국무회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노 전 사령관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 조사 비협조 시 구속영장 앞당길 가능성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에 적시했던 △체포 저지 의혹 △비화폰 기록 삭제 의혹도 이날 일부 조사가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1월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1차 집행을 막으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호처는 200여 명의 인간띠와 3단계 차벽을 동원해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저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특검에서 조사가 1시간 정도만 이뤄진 후 중단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조사자인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자격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특검은 30일 오전 9시 다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박 특검보는 “횟수에 제한 없이 조사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형사재판 준비가 마무리되는 시점 이후 출석하는 것이 피의자 본인의 권익 보장과 실질적 방어권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7월 3일 이후로 출석일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정상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특검이 사전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이미 경찰의 출석 통보에도 3번이나 응하지 않았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고, 재조사까지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강제수사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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