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지방은행·인뱅 등 국내 모든 은행
주담대, 신용대출 중 최소 1개 비대면 차단
주담대는 국민은행 제외하고 모두 중단
신용대출도 대부분 은행이 비대면 차단
급전 필요해도 신청 불가능해 날벼락
은행권 "규제 이행하려면 전산작업 필요
최소 1주일 걸려…비대면 차단 불가피"
비대면 방식의 주담대 접수를 중단한다는 내용이 주요 시중은행의 모바일 앱에 나타난 모습. 왼쪽부터 신한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모바일 앱 캡처. /정의진 기자
국내 모든 은행들이 28일 비대면(인터넷·모바일)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또는 신용대출 신청의 접수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규제 대상으로 밝힌 다주택자나 갭투자에 나선 이들뿐만 아니라 무주택자와 같은 실수요자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침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요건을 완전히 뜯어고쳐 자체 비대면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선 정밀한 전산 작업이 필수적인데,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발생한 사태다. 은행권은 앞으로 최소 1주일은 비대면 가계대출의 접수 중단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급전이 필요해 비대면 방식으로 대출을 받으려 했던 소비자는 자금을 구할 수 없어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지방은행은 모두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중 최소 1개 이상 상품에 대해 비대면 방식의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는 대출을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국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비대면 방식의 접수를 무기한 중단했다. 신용대출도 대부분의 은행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접수가 중단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주담대 신청은 가능하지만 전날 오후 5시부터 신용대출의 비대면 접수를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은 가능하지만 이날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접수를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신청은 가능하지만 주담대의 비대면 신청이 이날부터 막혔다.
부산은행 홈페이지 캡처.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iM뱅크(구 대구은행)는 모든 종류의 가계대출에 대해 비대면 접수를 이날부터 무기한 중단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신용대출과 수도권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의 비대면 신청 접수를 이날부터 중단했다. 광주은행은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접수를 중단했다. 수협은행은 모바일 앱에서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용대출 상품 자체가 검색되지 않는다. 제주은행은 제주에 있는 주택을 담보로만 비대면 방식의 신규 주담대 신청을 받고 있다.
지점이 없어 모바일 앱으로만 대출을 접수하는 인터넷은행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접수를 이날부터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주담대 신청 접수를 전날 오후 6시부터 중단했다. 토스뱅크는 주담대 상품을 애초에 판매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처.
지난 27일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국내 모든 1금융권 은행들이 비대면 대출 신청 접수를 중단한 이유는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을 전산에 반영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오전 수도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을 틀어막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에서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
문제는 전례 없는 수준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 조치를 은행들이 모바일 앱에 반영하기 위해선 정밀한 전산 작업이 필요한데, 정부의 규제 조치가 발표 바로 다음날인 28일 시행됐다는 점이다. 규제 시행일은 28일인데, 28일부터 모바일 앱과 인터넷에 관련 변경 사안을 반영할 수 없으니 비대면 대출 접수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경DB
한 은행의 전산 작업 담당자는 "단순히 앱에 나온 상품설명서 문구를 하나 고치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차단하는 알고리즘을 짜서 오류 없이 구동되게 해야 하고, 내부 검증 작업도 필요하다"며 "아무리 빨리 해도 1주일은 걸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산 작업도 문제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에서 모호한 내용이 있어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는 정부의 규제가 은행별로 제각각 적용되는지, 아니면 모든 금융사의 신용대출을 합산한 금액이 연소득을 넘으면 안 되는 것인지 불분명한데 28일부터 규제는 당장 시행되니까 신용대출을 판매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보편화된 비대면 방식의 대출 접수가 줄줄이 막히면서 소비자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면 방식으로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창구에서 빌리는 대출의 금리는 비대면 방식의 대출 금리보다 0.2%포인트 정도 높다. 당장 주말에 돈이 필요해 신용대출을 빌려 했던 소비자는 더욱 큰 피해가 예상된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중 비대면 비중은 81%에 달한다. 주담대도 같은 기간 비대면 비중이 12.4%로 많은 소비자가 비대면 대출을 이용해 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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