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언더라인
애플의 달라진 지금 1편
애플, 중국서 보조금 지원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
위태로워진 시장 점유율 때문
프리미엄 전략 흔들릴 우려도
# 애플의 요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에선 '점유율 하락'이 뚜렷하다. 얼마나 심했는지 최근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정책'에 올라탔다. 애플이 직접 '보조금'을 통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문제는 또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애플이 정작 AI 시대엔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자체 개발이 어려웠는지 최근엔 AI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의 IT언더라인 '애플의 달라진 지금' 1편이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사진 | 뉴시스]
애플이 최근 중국에서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월 26일 기사에서 "애플이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소비 촉진 정책(이구환신以舊換新)'에 맞춰 자사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조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할인 규모는 최대 2000위안. 우리 돈으로 37만8700원에 달한다.
모든 제품이 이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제품별로 차등 적용하는데, 아이폰·아이패드(태블릿)·애플워치(스마트워치) 등 6000위안(약 113만원) 미만의 제품은 최대 500위안(약 9만46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노트북인 맥북과 아이맥(PC) 같은 고가 제품에는 최대 2000위안의 할인을 적용한다.
■ 보기 드문 프로모션=애플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가격 정책을 펼치는 건 드문 일이다. 지금까지 알리바바나 JD닷컴 등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만 일부 애플 제품을 보조금 대상에 포함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애플이 자사 공식 유통채널에서 직접 정부 보조금을 적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애플이 직접 '할인 프로모션'을 펼친 사례는 한번도 없다. 이동통신3사가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 아이폰을 할인 판매해왔을 뿐이다.
애플이 '뜻밖의 정부 보조금'을 꺼내든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언급한 '이구환신' 정책에 따라 6000위안 이하의 제품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 제품 대부분의 가격이 6000위안을 넘는 탓에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문제는 중국 내 애플의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애플의 중국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9.0% 감소한 980만대를 기록했다. 1분기 시장점유율도 전년 동기(15.6%)보다 1.9%포인트 하락한 13.7%에 머물렀다.
그로 인해 애플의 시장 점유율 순위는 2024년 1분기 3위에서 올해 1분기 5위로 2계단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브랜드 샤오미가 13.8%에서 18.6%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순위가 5위에서 1위로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현재 샤오미의 올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40.0% 증가한 1330만대로 애플보다 350만대 더 많았다.
이같은 점유율 하락의 원인이 '보조금 제외'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애플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콧대 높은 애플이 돌연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 할인 프로모션'을 추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자료 | IDC, 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업계에선 애플의 점유율이 떨어진 이유를 가격 경쟁력에서 찾고 있다. IDC는 5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책 덕분에 중국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애플은 화웨이와의 경쟁이 심화하고 중국 보조금 정책에서 빠진 탓에 출하량이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성공할까 실패할까=그렇다면 애플의 '보조금 지원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론 점유율을 끌어올릴 순 있겠지만 관건은 그다음이다. 애플이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프리미엄'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구나 애플이 중국에서만 예외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다른 나라의 소비자가 반발할 우려도 있다. IT 전문매체 테크와이어 아시아는 5월 14일 기사에서 "애플은 전세계적으론 프리미엄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 시장에선 점점 '일반화(commoditised)'하는 중국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애플이 중국에서의 할인을 일상화한다면, 다른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다른 국가의 소비자들도 '왜 똑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사야 하느냐'며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이는 전 세계적인 가격 재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 '보조금 지원책'까지 꺼내든 애플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애플의 자존심 '프리미엄'은 지켜질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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