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예곤, 女선수 최초 기록 도전… 특수 러닝화 등 신었지만 4분 6초
‘1마일(약 1.609㎞) 4분’은 육상에서 상징적인 기록이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인간이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하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1954년 영국의 로저 배니스터가 3분 59초의 기록으로 그 벽을 처음 허물었고, 이후 여러 선수가 잇따라 4분 이내에 1마일을 달리면서 인간 한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남자 선수들이 '페이스메이커' 역할 - 페이스 키프예곤(검정 유니폼)이 27일 '브레이킹4' 이벤트에서 남자 페이스메이커들에게 둘러싸여 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여자 1500m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페이스 키프예곤(31·케냐)이 여성으로 처음 1마일 4분 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27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샤를레티 출발선에 섰다.
키프예곤이 보유한 1500m 세계 기록은 3분49초04. 이 속도로 달릴 경우 1마일을 4분 5.8초에 주파하게 돼 ‘4분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최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이날 ‘브레이킹 4’ 이벤트를 연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키프예곤에게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원피스형 유니폼과 탄소 섬유판을 적용해 반발력과 추진력을 극대화한 러닝화를 제공했다. 13명의 페이스 메이커가 키프예곤을 둘러싸며 함께 달려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다. 트랙 안쪽에는 LED 조명이 설치돼 1마일을 3분 59초 99에 달릴 수 있는 주행 리듬을 실시간으로 안내했다.
키프예곤은 마지막 구간에서 속도가 떨어지며 4분 06초 4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2023년에 그가 세운 1마일 세계 기록 4분 07초 64보다는 빠른 기록이었지만, 페이스메이커와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은 탓에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는 육상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케냐의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는 201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42.195㎞를 1시간 59분 40초에 주파하며 ‘마의 2시간 벽’을 돌파했다. 당시 킵초게는 특수 차량이 쏘는 레이저 빔을 따라 1㎞당 2분 50초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렸고, 41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바람막이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마라톤 공인 세계 기록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켈빈 킵툼이 2023년 세운 2시간 35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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