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리박스쿨 측이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와 연관된 인물들이 학부모 단체로 둔갑됐다. 그런데 이날(5월 27일) 기자회견에 앞서 조정훈 의원은 리박스쿨 측과 간담회를 열었다. (관련기사: 댓글공작팀과 '가짜 기자회견' 기획한 국민의힘)
잠입 취재 중인 뉴스타파 기자도 간담회에 동석해 이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조 의원과 참석자들은 대전의 학교 '급식노조' 파업 사건을 거론했다. 학교 조리실무사가 모인 급식노조는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이다.
5월 27일 기자회견 직전 리박스쿨 관련 단체 사람들과 만난 조정훈 의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서 파업 막자"→ 조정훈 "되게 중요한 정보시네요"
이날 주요 발언자는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의 측근 오 모 씨였다. 오 씨는 손 대표가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단체 '함께행복교육봉사단'의 수석 대변인이다. 손 대표와 함께 국가교육개혁국민협의회의 공동 대표를 맡기도 했다.
오 씨는 조 의원에게 학교 급식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면, 급식노조 활동을 저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국민의힘에서 조리 급식을 필수 공익 사업으로 지정을 하게 되면, 파업을 할 수가 없으니까. (지금은) 파업을 하면 대체 인력을 쓸 수도 없고, 그냥 굶어야 되는 거예요. 이제 필수 공익 사업으로 지정을 하면 파업에 있어서 대안이 있나 봐요.
- - 오OO (2025. 5. 27.)
필수공익사업은 철도나 통신, 병원처럼 업무가 정지될 경우 공중의 일상 생활이 현저히 위태로워지는 사업을 뜻한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업무의 근로자가 파업에 나서면 사용자는 파업 참가자의 5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오 씨의 발언을 들은 조정훈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에게 오 씨의 조언을 “잘 적어두라고” 지시했다.
이어 오 씨는 "무상 급식 제도가 확대되면서 학교 내 민주노총의 영향력도 커졌다며, 노조를 견제하기 위해 급식 제도를 학부모 선택권 영역에서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급식실 운영에 학부모가 개입하면, 급식노조가 교육청에 직접 협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될 거란 논리였다.
● 오OO: 이제 무상급식이 확대되면서,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노조가 그 안으로 들어온 건데 소비자는 학생과 학부모이면서, 그 교섭 협상의 대상은 교육청이에요.(중략) 그거 (급식 문제)를 선택권, 학부모 선택권 측면에서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 조정훈 의원: 되게 중요한 정보시네요.
- 조정훈 의원 - 리박스쿨 관련 단체 간담회 (2025. 5. 27.)
오 씨의 말을 들은 조 의원은 “되게 중요한 정보시네요”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급식 또한 교육 바우처 제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바우처는 정부가 시도 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보내던 공교육 예산을, 학생 및 학부모에게 직접 주는 제도다.
이는 무상급식 제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는 교육청이 조리사를 무기계약직 형태로 직접 고용한다. 그러나 학부모에게 급식 바우처를 제공하면, 학부모들이 급식실 운영에 직접 개입할 길이 열리고 결과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이전처럼 각 학교가 직접 급식실을 운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오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대전 기반 인터넷 교육 매체에 '무상 급식 전면 시행 때문에 학교 급식이 노조 파업에 취약해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올해 4월, 대전 소재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진 급식 중단 사태를 다룬 르포 기사에서 '학생들의 한 끼 식사가 민노총의 인질로 잡혀 있다'는 주장을 전개한 인물이다.
이런 경력의 오 씨가 학부모 단체의 탈을 쓰고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과 급식노조 파업을 저지할 방안을 내놓았고, 조 의원은 이를 별다른 검증 없이 높게 평가했다.
조정훈 의원 반론 뒤집는 '협력' 행적
조정훈 의원이 '교육 바우처'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리박스쿨 협력 단체인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과 교류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조정훈 의원은 두 단체가 개최한 '홈스쿨 희망 학부모와 대안학교 교육바우처 정책토론회'에 환영사를 보냈다.
대한교조는 리박스쿨 협력 단체로, 지난해 9월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을 부각한 책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를 출간했다. 대한교조는 부산교육청이 교직단체 지원 명목으로 내준 보조금 일부를 이 책을 구매하는 데에 사용했다. 구매 목적은 '자유시민 교육에 적합한 도서 선정 및 보급'하는 것이었다. 출판 기념회에서 대한교조 조윤희 회장은 손효숙 대표를 "대한교조 회원수를 늘리는 일에 발 벗고 나서준 분. 동고동락하는 관계"라고 소개했다.
전학연은 리박스쿨 창립을 도운 이희범 씨가 준비위원장을 맡은 단체다. 조정훈 의원이 대한교조 위원장의 시위 현장에 찾아가 격려한 사실도 사진으로 남아있다. 리박스쿨과 “전혀 어떤 관련도 없다”는 조 의원의 해명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4월 23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이 주최하고 대한민국교원조합이 참여한 교육 바우처 정책 토론회 안내문. 조정훈 의원이 이 행사에 환영사를 보냈다. (출처: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홈페이지)
지난 12월 30일, 1인 시위 중인 전 대한교조 위원장을 찾아간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출처: 교육 플러스)
뉴스타파는 조정훈 의원과 보좌진에게 급식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교육 바우처 제도를 거론한 게 맞는지, 리박스쿨 협력단체인 대한교조, 전학연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최혜정 judy@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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