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사업자 선정 절차 착수 추정
2~3개 컨소시엄 간 경쟁 입찰 유력
현대건설·두산에너빌, 미 원전 해체 참여 이력
"'50년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 500조원"
[한국경제TV 배창학 기자]
<앵커>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가 본격적으로 해체됩니다.
1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사업자 선정 일정과 수혜 예상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체 승인을 했습니다.
누가 또 언제 작업을 수행하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아직 일정 발표 전이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년 상반기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한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해체를 위한 세부 계획서를 작성하고, 주변 환경 영향을 조사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할 예정이고요.
이듬해 입찰 공고를 내고 순차적으로 적격 심사와 본 입찰을 거쳐 우선 협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자 선정 시점은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 상반기가 유력합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2개에서 3개의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한전KPS과 같은 주요 기업들은 최근 컨소시엄을 꾸려 26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를 따낸 바 있습니다.
<앵커> 사업자를 선정하고 난 다음에는 어떤 단계들을 밟아야 합니까?
단순 철거가 아닌 해체인 만큼 완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요.
<기자>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은 12년 동안 추진되는 초장기 프로젝트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해체는 크게 다섯 개의 관문을 넘어야 합니다.
먼저 해체를 위해서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진행해야 하고, 방사성 폐기물도 어떻게 관리할지 설계해야 합니다.
제염의 경우 한수원이 원안위에 해체 계획안을 제출한 1년 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이어 쓰고 남은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해 반출하고 두꺼운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벽체와 강철판으로 만든 격납 건물, 배관 계통 등을 붕괴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지와 토양을 정화해 복원하고 규제 기관의 검수를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은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데 절반 이상이 폐기물 처리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쓰입니다.
규정에 따라 해체 중 방사성물질의 이동과 처리 모두 기관들의 허가를 받아야 해 인허가 일정에 따라 기간이 줄거나 늘 수도 있습니다.
<앵커> 고리 1호기를 기점으로 원전 건설에 이어 해체 시장도 개화하게 됐습니다.
어떤 기업들이 신시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고리 1호기 해체에는 원전 시공과 현장 설계를 할 건설과 기기 업체들이 뛰어들게 될 텐데요.
여러 업체 가운데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가 두드러집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미국 원전사인 홀텍과 인디언 포인트 원전을 해체한 이력이 있어 시공사들 가운데 선두에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제조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용기 ‘캐스크’를 국산화해 미국에 판매한 적 있습니다.
또 미국 NAC(Nuclear Assurance Corporation)사와 캐스크를 비롯한 해체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어 컨소시엄의 주축이 될 후보로 거론됩니다.
한전KPS도 발전소 유지·보수·정비 전문 인력과 설비 인프라라는 전문성이 있는 만큼 사업에 참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K원전을 향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건설에 이어 해체 분야에서도 수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스위스와 일본 등 4개뿐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3개국은 연구를 위해 해체한 것으로 실제로 해체를 완수한 건 미국이 유일합니다.
우리나라가 고리 1호기를 잘 해체만 하면 미국을 잇는 2번째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에 영구 정지된 원전은 214기로 25기만 해체됐습니다.
189기를 해체해야 하는데, 25년 뒤면 588기로 400기 가까이 더 늘어납니다.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비용은 약 8천억 원입니다.
이에 시장 조사 기관들은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2050년 50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과 운영에 이어 해체까지 전주기 생태계를 조성한 만큼 내년에는 미국에 수출도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체코 원전 건설로 기술력을 입증한 데다 해체 핵심 기술도 100개 가까이 확보한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배창학 기자 baechangha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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