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목표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대폭 줄여
정책대출도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 감축
서울 등 규제지역 주담대 최대한도 6억원으로 제한
27일 서울 마포·성동구 아파트 가격이 2013년 관련 통계 공표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것으로 발표되었다. 서울 아파트 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2025.06.27 윤동주 기자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며 가계부채가 많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가능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서울 고가주택 구입에 과도하게 은행 대출이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지역의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도 6억원으로 제한한다. 다주택자는 주담대가 아예 금지된다. 지난 정부 때 다소 느슨해졌던 주택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도 강화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추진한다.
가계대출 총량목표 50% 수준으로 대폭 줄이고, 주담대는 제한
정부는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 관계 기관 합동으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올해 하반기부터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목표를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디딤돌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도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를 감축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연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최대 20조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전 금융권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경상성장률인 3.8% 범위 안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한 데다 경상성장률도 예상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자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을 대폭 낮춰 잡았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은행 등 금융권의 가계대출 취급 규모가 낮아지면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특히 금융회사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에서 취급하는 주택구입목적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해 고가주택 구입에 과도한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규제는 28일부터 바로 시행된다. 정부에서는 6억원 한도에서 LTV, DTI 등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대출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봤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당국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담대에 대한 관리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실수요가 아닌 대출을 제한하는 데 집중했다"며 "필요시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시장 안정조치도 배제하지 않고 적극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개인의 주담대 한도를 제한하는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6억원은 서울 수도권의 주택 가격 수준,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정도, 소득 대비 부채가 어느 규모가 적정한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세 진정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금융권 자율관리 체제 역시 현재의 은행 중심에서 하반기부터는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은 자율관리를 통해 월별, 분기별 대출 증가 목표를 세우고 가계대출 증가를 관리하는 중이다. 하반기부터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이를 자율관리 범위를 넓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지난주 국정기획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할 때까지만 해도 다음 달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효과를 지켜본 후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대책 마련을 앞당겼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올라 6년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가계대출 역시 많이 증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원가량 증가했다. 작년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서울 부동산 경기가 뜨거워지면서 시장에서는 이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전월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아예 주담대 금지
곳곳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자 정부도 지속적인 대책을 내놓는 분위기다. 전 정부에서 다소 완화됐던 부동산 규제도 추가로 강화한다. 우선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추가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를 금지(LTV=0%)해 실거주 목적 등이 아닌 추가 주택구입 수요를 차단한다.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할 경우(처분 조건부 1주택자)에는 무주택자와 동일하게 비규제지역 LTV 70%, 규제지역 LTV 50%를 적용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조급하게 주택을 구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빚을 레버리지로 삼아 주택을 구입하는 행태 등으로 주택시장의 과열과 침체가 지속 반복돼 왔다"며 "이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LTV를 강화(80%→70%)하고, 전입의무(6개월 이내)를 부과한다. 이 방안은 정책대출(디딤돌·보금자리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보유주택을 담보로 해 생활비 등 조달목적으로 대출받는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 역시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한다.
금융위는 다음 달로 예정된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 3단계 DSR 규제가 시행되면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어든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담대 대출만기도 30년 이내로 제한해 DSR 규제 우회를 방지한다.
권 사무처장은 "지금은 금융당국과 관계 기관, 금융권이 비상한 각오로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인 만큼, 전 금융권이 총량 목표 감축, 자율관리 조치 확대 시행, 주담대 여신한도 제한 등 가계부채 관리 조치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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