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성능 저하 소송 '항소'
1심선 '삼성 기만 광고' 인정
다만 손해배상 책임은 부정
GOS 적용 앱 설치기기 '5%'
소송인단 증거 보강이 관건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시리즈 성능 저하를 둘러싼 초유의 집단소송이 당분간 계속 이어지게 됐다. 갤럭시S22 시리즈 사용자들이 삼성전자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당분간 법적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갤럭시S22 시리즈 사용자들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전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시리즈 성능을 인위적으로 저하시킨 데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지 2심에서 또다시 다투게 된 것이다.
갤럭시S22 시리즈 사용자 A씨 등 1882명은 2022년 3월 삼성전자에 1인당 3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게임최적화서비스(GOS)를 의무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조치해 성능이 저하됐다는 주장이다. GOS는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게임을 실행할 때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낮춰 화면 해상도 등을 떨어트려 스마트폰 과열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GOS 탑재를 의무화하면서도 이를 사용자들에게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 A씨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에이파트는 당시 "성전자가 GOS 프로그램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묵비했고 소비자들에게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해 우수한 성능으로 게임 작업 등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GOS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에선 A씨 측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결과는 삼성전자의 판정승. 서울중앙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김지혜)는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기만적인 광고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A씨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속도가 인위적으로 느려지는데도 소비자들이 '갤럭시S22 시리즈를 이용하는 경우 속도 제한 없이 가장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다'고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행위를 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GOS 의무화로 A씨 등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A씨 측 소송인단이 구입한 갤럭시S22 시리즈에 GOS가 도입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소송인단 중엔 GOS가 처음 도입된 2021년 1월 이전에 스마트폰을 구매한 인원이 포함됐다. 업데이트를 거쳐 더는 성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한 2022년 3월 이후 스마트폰을 구매한 사용자도 있었다.
법원은 A씨 측 증거 부족을 거듭 꼬집었다. A씨 측은 GOS가 적용되는 고사양 게임 앱을 실행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단순히 장래에 게임 앱 이용가능성이 있다거나 게임 앱에 최적화된 만큼 우수한 프로세서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다고 신뢰했다는 (A씨 측) 주장만으로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삼성전자의 기만적 표시·광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A씨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부 사용자들에게만 GOS가 적용되는 만큼 구매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볼 수 없어 고지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단 판단이다.
실제로 GOS는 일부 고성능 게임 앱을 실행해야만 활성화된다. 2022년 3월 14일 기준 갤럭시S22 시리즈 국내 판매량(68만1538대) 중 GOS가 적용되는 고사양 게임 앱이 설치된 기기는 5.5%(3만7204대)에 불과했다. 전 세계로 보더라도 총 판매량(278만9771대) 가운데 3.5%(9만7726대)뿐이었다.
재판부는 "GOS는 모바일 기기 중 적용대상이 되는 소비자 비율이 매우 적다"며 "GOS 적용 여부는 전체 일반 소비자를 기준으로 볼 때 모바일 기기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선 A씨 측의 증거 보강이 관건으로 꼽힌다. 기존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보강할 수만 있다면 판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A씨 측에선 삼성전자의 '기만적 광고'를 보고 갤럭시S22 시리즈를 구매한 사용자들이 GOS가 적용되는 고사양 게임 앱을 실행하다 손해를 봤다는 점을 모두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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