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4K120 슬로모션' 강조
갤S24 울트라, 8개월 먼저 공개
슬로우 모션, AI 격차로 성능 차이
아이폰 AI 기반 기능도 '뒷북 광고'
아이폰16 프로 광고영상. 사진=애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애플이 삼성전자 기술력을 숨 가쁘게 뒤쫓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을 통해 일찌감치 선보인 기술을 뒤늦게 아이폰에 탑재하면서 애플이 선두주자에서 밀려나 추격자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걸그룹 에스파를 모델로 내세운 아이폰16 프로 광고영상에서 '4K120 슬로 모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폰16 프로는 초당 120프레임의 4K 돌비 비전 방식으로 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다. 애플 사상 가장 높은 해상도와 프레임률 조합이다. 4K 해상도에선 TV·영화와 같이 스튜디오급 화질을 구현한다. 120프레임은 움직임을 훨씬 부드럽게 만든다. 슬로우 모션이 적용될 땐 움직임이 끊기거나 부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계단 현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애플은 광고영상 하이라이트 부분에 4K120 슬로 모션 기능을 적용해 아이폰16 프로가 영상 촬영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삼성전자가 이미 8개월 먼저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울트라를 출시할 때 먼저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기존 슬로우 모션 기능도 6년 전 갤럭시S9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함께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16 프로 광고영상. 영상=애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슬로우 모션 성능도 삼성전자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애플은 최대 5분의 1배속을 지원하는 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25 울트라로는 최대 16분의 1배속, 초당 30프레임까지 편집할 수 있다.
이 같은 성능 차이는 AI 기술 격차에서 비롯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이 아니더라도 슬로우 모션 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영상의 기존 프레임 사이에 AI가 자동으로 새로운 프레임을 형성해 부드러운 모션을 구현하는 기술을 갖춘 것이다.
갤럭시S25 울트라는 아이폰보다 슬로우 모션 영상을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슬로우 모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별도 편집 과정을 거쳐야 하는 아이폰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갤럭시S25 울트라에서 '인스턴트 슬로우' 기능을 활용하면 갤러리나 비디오 플레이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영상을 감상하다 슬로우 모션으로 보고 싶을 경우 화면을 길게 누르면 편리하게 적용된다. 슬로우 모션이 적용된 영상은 따로 저장할 수도 있다.
아이폰16 프로 '4K120 슬로 모션' 광고영상. 사진=애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애플은 4K120 슬로 모션 광고영상에 '별도 소프트웨어 사용, 전문적으로 편집한 영상'이란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애플이 이보다 앞서 공개한 광고 영상도 뒷북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광고영상에선 AI 사진 편집 기능을 소개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4년 전 처음 선보인 'AI 지우개'와 동일하다. 광고영 상을 보면 셀카 속 원하지 않는 부분을 눌러 없앤 다음 자연스럽게 배경을 처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애플이 최근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소개한 통화·메시지 실시간 번역과 캡처된 화면 속 제품을 검색하는 AI 기능들도 삼성전자와 구글이 한발 앞서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번역이 처음이신가요? 환영합니다! 저희는 꽤 오래전부터 텍스트와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왔습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정보기술(IT) 매체 샘모바일은 이를 두고 "삼성은 과거부터 광고에서 아이폰의 단점을 부각하며 애플을 놀리는 것으로 유명했다"며 "직접적 비교는 없지만 삼성은 애플을 놀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평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지우개 광고에 이어 이번 슬로우 모션 광고를 보면 삼성전자의 예전 기능을 애플이 혁신처럼 포장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AI 기술이 늦어지는 데 대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며 "애플 생태계에 큰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언제쯤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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