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신 판교… 게임사들, 최적의 터전 찾아 몰린다
美·日 IT 허브가 증명한 '모이면 강하다'는 혁신 법칙
장현국 넥써쓰 대표. 2025.1.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장현국 대표가 이끄는 게임사 넥써쓰(205500)가 강남에서 판교로 사옥을 옮겼다. 이로써 넷마블과 크래프톤을 제외한 넥슨, 넷마블(251270), 컴투스(078340)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대거 판교에 둥지를 틀었다. 이는 첨단 기술 클러스터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써쓰는 25일 소재지를 서울 강남구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옮겼다.
넥써쓰의 전신인 액션스퀘어는 2012년 판교에 자리를 잡았다가 2020년 강남으로 사옥을 옮겼다. 그런 뒤 최근 사옥 이전으로 약 5년 만에 판교로 복귀한 셈이다.
넥써쓰 신사옥은 판교 알파리움 타워에 자리 잡았다. 이곳은 인근에 엔씨소프트(036570), 카카오(035720)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입주한 판교 테크노밸리의 핵심 지역이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2000년대 초반 첫 삽을 떴다. 행정부는 당시 경기도, 성남시와 함께 국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IT 기업 유치에 나섰다.
지자체는 첨단 기업 밀집지인 서울 강남구 테헤란밸리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토지를 공급했다. 또 자율주행 시범운영 지구를 지정하고 세제 혜택과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제공해 성장 혁신 인프라를 마련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판교 테크노밸리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판교는 현재 16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연 매출 120조 원, 고용 인원 7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첨단산업 집적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서울의 주요 비즈니스 권역을 뛰어넘는 경제 규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가 판교에서 열렸는데, 이런 행사가 가까운 거리에서 열리다 보니 지적 자극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세금을 절약할 수 있고, 고급 인력이 비교적 밀집해 있다 보니 경쟁력 있는 인재 풀이 조성되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근로자 입장에선 쾌적한 근무 환경과 편리한 교통 접근성이 판교 테크노밸리의 큰 장점이다. 판교 소재 게임 회사에서 3년째 근무 중인 20대 A 씨는 "서울보다 한적해 생활하기도 좋고, 신분당선 지하철을 타면 10~30분 내로 강남에 도착할 수 있어 서울권 혜택도 누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애플 로고. 2022.8.22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실리콘밸리나 일본 도쿄 시부야-신주쿠-이케부쿠로를 잇는 '비트밸리(Bit Valley)'와 같은 글로벌 IT 클러스터에서도 유사한 집적 현상이 나타난다.
이들 지역에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등 세계적인 IT 및 게임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학계는 이처럼 첨단 기업이 한데 모이면 정보 교환 활성화와 인재 유치 용이성, 기술 혁신 가속화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이런 현상을 '클러스터 이론'으로 설명한다.
포터 교수는 자신의 저서 'Clusters and the New Economics of Competition'에서 특정 산업 관련 기업들이 한 지역에 모이면 생산성 향상과 혁신 촉진, 신규 사업 형성 가속화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특화 인력과 공급업체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업계 종사자들은 지식·아이디어를 교환하며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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