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부-의회, 예산안 중 899조 규정 폐지
베센트 "최저한세 美기업 적용않도록 G7과 합의"
대미 투자 위축우려 사라져…투자 불확실성↓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재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산안에 포함된 ‘보복세’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의회에 공식 요청했다. 주요 7개국(G7)과의 합의를 통해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을 면제받기로 하면서다. 그간 ‘보복세’ 조항이 글로벌투자자들의 대미 투자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이번 철회로 월가는 안도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사진=AFP)
26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외국 기업과 투자자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899조(Section 899) 규정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미국이 ‘징벌적 세제’로 간주한 국가의 기업과 투자자에게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내용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OECD 글로벌 최저한세(필라 2)는 미국 기업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수주 내 G20 포괄적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 내에서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OECD가 주도하는 필라2 제도는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며, 전 세계 기업에 대해 15%의 최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만약 한 국가가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세금을 부과하면 다른 국가가 차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조세체계가 이미 충분히 해외소득에 과세하고 있으며, 별도로 OECD 틀과 연결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후 최근 G7정상회의에서 미국 기업에 최저한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이에 대응해 상·하원에 899조 규정을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법안인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원 세입위원장 제이슨 스미스 의원과 상원 재무위원회 공화당 간사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도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의 조세 주권을 지키기 위한 상호 이해와 베센트 장관의 요청에 따라 해당 조항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섹션 899는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 일부 국가가 미국 기술기업에 부과한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한세가 미국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공화당 측 주장을 반영해 마련된 조항이다. 특정 국가의 세제 정책이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국가 출신 기업이나 투자자에 대해 미국이 보복성 과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월가에서는 이를 ‘보복세(revenge tax)’ 부르며 해당 조항이 유지될 경우 글로벌 각국의 대미 투자가 위축되고 미국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보복세 조항 철회에도 시장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TD증권의 게나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섹션 899의 철회는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며 “다만 시장은 애초에 이 조항이 최종 법안에 포함될 가능성을 낮게 본 듯하다”고 평가했다.
스콧 세머 뉴욕 토리스 로펌 파트너는 “미국에 자주 투자하는 비미국계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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