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가동 40년 만에 영구정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건설 허가가 난지 53년만, 2017년 영구정지가 결정된 지 8년만에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해체가 결정됐다. 한국이 '500조원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원전해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교두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6일 회의를 열고 고리 1호기 해체를 승인했다. 고리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다. 가압경수로 방식의 전기출력 587메가와트(MWe)급 원전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국만이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이 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구로 혹은 실증로를 해체한 경우로 상업용 원전을 해체하고 완료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지금껏 국내 원전 해체를 진행해 본 경험이 없다. 고리 1호기를 독자적으로 해체하면서 건설, 운영, 폐로, 해체까지 원전 사업의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노하우를 쌓을 전망이다.
원안위는 한국은 해체를 위한 핵심 기반 기술 총 96개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해체시설 구조적 안전진단 등 58개 기술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38개 기술을 보유 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를 디딤돌 삼아 한국이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로정보시스템(PRIS)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영구정지된 전세계 원자로는 22개 국가에서 총 214기다. 이중 해체가 완료된 원자로는 미국 20기, 독일 3기, 일본과 스위스 각 1기로 총 25기다. 아직 해체되지 않은 원전이 189기에 달한다.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에 따르면 2145년까지 전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리 1호기 해체는 향후 탈원전, 원전 확대 등 국가 원자력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원전 해체는 시설 해체뿐 아니라 고방사성 폐기물 관리, 오염 차단, 주민 안전 확보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고리 1호기가 성공적으로 해체되면 원전 확대 여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고리 1호기 해체가 성공하려면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건식저장시설' 설치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리 1호기에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건식저장시설에 임시로 저장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에는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 2060년까지 영구 처분장을 짓는다는 계획이 담겼지만 아직 부지 선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이 없어 해체된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보관하고 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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