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로봇공학과 김표진 교수, 함중일 학생. G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경사로와 계단처럼 복잡한 지형에서도 로봇이 정확하게 방향을 인식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양한 지형에서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할 핵심 기술로 주목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김표진 기계로봇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경사진 지형에서도 정확하게 방향을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 기반 로봇 나침반 기술 ‘SLOPe’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홍콩과기대(HKUST)와의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SLOPe는 로봇이 주변 환경에서 벽 모서리 등의 '하나의 선'과 바닥면 등의 '하나의 평면'만 인식해도 자신의 방향이 어떻게 기울어져 있는지를 상하, 좌우, 회전 방향 세 가지 회전 축에서 모두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다.
계단이나 경사로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수평·수직 기준이 모호한 공간에서도 방향 인식이 가능하다. 기존 기술은 평평한 실내 환경에선 높은 성능을 보였지만 경사진 실외 공간에선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샌프란시스코 월드(San Francisco World, SFW)’라는 새로운 인식 모델이다. 기존 로봇 공간 인식 모델인 ‘맨해튼 월드’와 ‘애틀랜타 월드’는 수직·수평 축 중심으로 단순화돼 경사 환경을 반영하는 데 제약이 있다.
SFW 구조 모델은 위아래를 나타내는 수직 방향 하나, 좌우를 포함한 수평 방향 두 개 그리고 같은 기울기를 가진 네 개의 경사 방향으로 이뤄졌다. 다양한 방향을 고려한 구조로 계단이나 언덕이 많은 도시처럼 복잡한 지형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
연구팀은 SFW 구조를 적용해 컬러와 깊이 정보를 포함한 영상(RGB-D)을 촬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SFW 전용 데이터세트를 구축했다. GIST 캠퍼스에서 수집한 영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최신 기술 대비 더 높은 회전 추정 정확도와 안정성을 확인했다.
이어 세계 최초의 SFW 기반 RGB-D 시퀀스 데이터세트 ‘GIST-SFW’를 공개하며 후속 연구의 재현성과 확장성을 확보했다. 데이터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에 공개됐다.
연구를 이끈 김표진 교수는 “SFW는 단순한 구조 모델을 넘어 복잡한 경사 지형에서도 정밀한 방향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로 로봇이 계단과 언덕도 능숙하게 이동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IEEE 로보틱스와 자동화 학술지' 1월호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 doi.org/10.1109/LRA.2024.3504315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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