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전통’ 제약업체 동성제약
삼촌-조카 간 경영권 분쟁 격화
조카, 177억 횡령 혐의 고소당해
회생절차 돌입…주식은 거래정지
소화제 ‘정로환’ 등으로 유명한 68년 전통의 제약업체 동성제약이 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동성제약 아산공장의 모습 [동성제약 홈페이지 캡처]
국민 상비약으로 불리는 ‘정로환’과 유명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유명한 제약업체인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68년 전통의 동성제약에서 이양구 회장과 조카 나원균 대표, 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분쟁이다.
그 과정에서 177억원에 이르는 횡령 혹은 배임 행위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동성제약은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주식은 이미 거래정지된 상태다.
경영난에 허덕일 때도 배우 남궁민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며 거액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등 경영 방식을 두고도 주주들의 반발이 상당했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 횡령 의혹, 회생 절차 돌입 등 상상 가능한 악재가 모두 겹치는 형국이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177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 의혹이 제기됐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피고소인은 나원균 대표다. 동성제약 측은 “고소장 내용에 기초한 것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며 “추후 수사기관 수사 등의 결과에 따라 관련 사항을 추가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제약은 고(故) 이선규 회장이 염색약 제조업체인 쌍용제작소를 인수해 세운 회사다. 정로환, 세븐에이트 등이 대표 브랜드로, 창업주인 이 회장이 2008년 별세한 후 이 회장의 3남 1녀 중 막내인 이양구 회장이 경영권을 잡았다.
이 회장 이후로 지난해 10월께 창업주 외손자이자 이양구 회장의 조카인 나원균 대표가 승계를 물려받는 수순이었다. 당시 이양구 회장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남궁민에 대한 모델료 지급 과정에서 직원 임금 지급이 밀린 일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나원균 대표 체제로 전환됐지만, 문제는 오히려 그때부터였다. 이 회장이 나원균 대표 체제 이후 회사가 더 난관에 직면했다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보유 주식을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고 공개적으로 조카와 경영권 분쟁에 나섰다.
이에 나원균 대표는 경영 정상화를 꾀한다며 서울회생법원에 법정 관리를 신청했고, 법원도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리팩터링은 나원균 대표 등을 상대로 177억원에 이르는 횡령 혹은 배임 행위 의혹이 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나원균 대표 측은 고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박하는 중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주주들 몫이다. 동성제약은 거래정지됐다가 회생절차 개시에 따라 거래 재개됐다. 물론 주가는 하한가까지 급락했다. 그나마 거래라도 잠시 가능했으나, 경영진이 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당하면서 하루 만에 다시 거래정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가족경영문화를 이어가면서 다수의 제약사가 승계 리스크에 직면하곤 한다”며 “제약업계도 이제 선진적인 경영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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