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6월24일 07시3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올 상반기 피부미용업체로 꼽히는 휴젤(145020), 클래시스(214150), 파마리서치(214450)가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였다. 시기에 따라 각사가 번갈아 선두에 오르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피부미용 3총사’ 올 상반기 돌아가며 왕좌 올라
지난 19일 기준 파마리서치, 휴젤, 클래시스는 나란히 코스닥 시가총액 6, 8, 9위를 차지하며 10위권 내에 들었다. 시총은 각각 4조7503억원, 4조5771억원, 4조548억원이었다.
파마리서치는 스킨부스터인 ‘리쥬란’, 클래시스는 ‘슈링크’, ‘볼뉴머’ 등 미용의료기기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의료기기업체에 속한다. 휴젤은 핵심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가 바이오의약품에 해당하지만 의료기기인 필러도 보유하고 있어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과 스킨부스터, 미용의료기기 장비는 모두 미용시술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피부미용업체’라는 산업군으로 묶여 인식되고 있다.
올 상반기 시총 흐름을 살펴보면 초반에는 클래시스가 1위로 앞섰다. 휴젤이 한 때 시총이 하락세를 보이며 클래시스와 격차가 벌어졌지만 2월부턴 클래시스를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클래시스와 휴젤의 시총이 3조원대였지만 파마리서치는 2조원 중후반이라 양사와는 격차가 있었다. 3월부터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휴젤과 파마리서치가 차례로 클래시스를 제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먼저 휴젤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3~5월 1위권으로 올라섰다. 그러다 5월 중순부터 지속적으로 시총이 증가해온 파마리서치가 양사를 추월했다. 지난 4일부터는 시총 5조원대를 돌파하며 독보적인 선두로 올라섰다. 같은 날 휴젤과 클래시스의 시총은 각각 4조1095억원, 3조8648원 수준이었다.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 공시를 낸 지난 13일 하루 만에 시총이 9506억원 증발하며 휴젤과 격차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 18일에는 휴젤의 시총이 4조7247억원으로 파마리서치(4조5401억원)을 제치며 피부미용업계 시총 1위 지위를 탈환했지만 일시적 현상이었다. 다음날 휴젤의 시총은 4조5771억원으로 감소하고 파마리서치가 4조7503억원으로 증가하면서 각자 원래 위치를 되찾아갔다.
이는 파마리서치가 비록 인적분할 비율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지만 리쥬란 성장에 대한 믿음은 견고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분할 비율이 소액주주들한테 불리하다고 분석하는 이들조차 신설법인인 파마리서치가 보유할 리쥬란의 성장성은 부정하지 않았다.
휴젤 ‘포스트 보툴렉스’ 될 신성장동력에 ‘물음표’
휴젤이 시총 1위에서 살짝 물러난 데에는 ‘포스트 보툴렉스’가 될 만한 신성장동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3년간 휴젤은 연구개발을 중단한 파이프라인이 늘고 있다.
휴젤은 2023년 올릭스로부터 기술도입한 흉터치료제 ‘BMT101’을 반환했다. 지난해에는 한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마이크로니들 톡신 ‘HG103’과 턱밑지방 분해제 ‘HG301’ 개발도 중단했다. 지난 18일에는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기대됐던 리도카인 함유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 ‘HG102’ 임상 3상을 조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톡신 파이프라인은 ‘HG105’, ‘HG401’ 정도다. HG105는 비독소 단백질을 제거하고 효능을 나타내는 150kDA 크기의 신경 독소만을 정제해 내성 발생 가능성을 줄인 액상형 퓨어 톡신이다. HG105는 2023년 비임상을 마치고 아직까지도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HG401은 지난해 균주를 확보한 단계라 상용화까지 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휴젤의 톡신 라인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휴젤이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를 2022년 267억원→2023년 219억원→2024년 148억원으로 줄여왔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도 9.5%→6.9%→4%로 축소됐다. 보툴리눔 톡신 경쟁사들이 매출의 17~18%를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대해 회사는 2024년 2월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연구개발비에 포함됐던 허가비용이 빠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휴젤 관계자는 “휴젤은 보툴렉스가 진출해 있는 70여 개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진출 국가에서도 허가를 획득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연구개발(R&D) 활동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세계적으로 개발된 적 없는 e형 톡신 ‘HG401’ 개발, 추가 적응증 확보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클래시스, 지난해 말부터 떠오르는 재매각설에 주가 ‘요동’
클래시스는 탄탄한 실적 성장세와 50%대 이익률을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갖췄지만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재매각설에 시총이 요동치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말 JP모건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 클래시스 매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진행한 예비입찰에는 복수의 글로벌 PE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에 시총이 4조8000억원대로 높아지자 원매자간 눈높이 차이가 생기면서 매각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이에 베인캐피탈은 지난달 16일 클래시스 주식 393만339주를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5만7915원에 처분하면서 총 2276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베인캐피탈의 지분율은 60.84%에서 54.16%로 6.68%p 낮아졌다. 같은날 클래시스의 시총은 3조9631억원으로 내려앉으며 ‘시총 4조원대’가 깨졌다.
클래시스의 재매각설은 지난 18일에도 불거졌다. 이번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에 재매각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투자자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23년 루트로닉도 경영권 매각설에 강하게 부인했지만 2개월 만에 인수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비용의료기기 업체들은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자진 상폐되는 경우가 많아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파마리서치의 독주가 펼쳐지는 줄 알았지만 갑작스럽게 인적분할 이슈가 터지면서 휴젤이 피부미용 1인자 지위를 되찾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파마리서치의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 기조와 배치되는 인적분할을 단행했기 때문에 주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새미 (bird@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