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준영 넥슨 플랫폼본부 본부장
인텔리전스랩스→플랫폼 본부 개편
연구와 개발 경계가 없는 협업 체계 유지
"라이브 서비스 역량 강화, IP 수명 장기화로 연결"
배준영 넥슨 플랫폼본부 본부장이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넥슨
편집자주: AI가 전 산업계는 물론, 우리 생활 곳곳을 변화시키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했습니다. 기업은AI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해 생존 경쟁을 벌이고, 개인도AI시대에 익숙해지기 위해 분주합니다. 국내 대표IT산업인 '게임'업계가 '게임체인저' 맞이에 뒤처질 리 없겠죠. 게임 개발 고도화는 물론, 새로운 재미 요소와 플레이 방식 구현, 더 나아가 사업화까지AI조련에 한창인 게임업체'AI도사'들을 만나봤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기술만 연구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게임 제작, 출시, 운영 전 과정에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성공적인 게임 라이브 서비스를 지원하는 '원팀' 구조가 넥슨표 AI의 핵심입니다."
넥슨 플랫폼본부를 이끄는 배준영 본부장은 최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구와 개발의 경계가 없는 협업 체계'가 넥슨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다양한 AI 기술을 통해 게임의 효율적인 운영과 이용자 경험 개선, 글로벌 서비스 대응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를 비롯한 넥슨의 연구개발조직은 2010년 설립된 데이터 분석 조직에서 시작했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며 데이터 활용 수요는 급증했고,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기술 시대에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한 강대현 대표는 2017년 분석 조직을 인텔리전스랩스 본부로 격상시키며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
이후 2021년 인텔리전스랩스가 가진 노하우를 라이브 서비스에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데이터 조직과 플랫폼 조직을 통합했고, 현재는 단순 데이터와 AI 연구를 넘어 게임을 위한 플랫폼까지 개발하고 있다. 2007년 넥슨에 입사한 배 본부장은 포털본부, 퍼블리싱본부, 라이브 개발본부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인텔리전스랩스에 합류해 넥슨의 신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5월 넥슨은 인텔리전스랩스 본부 명칭을 플랫폼 본부로 변경했다. 그리고 산하에 AI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 및 개발하는 인텔리전스랩스그룹을 꾸리고, SKT에서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분석 및 전략을 담당하던 류성일 그룹장을 영입했다. 현재 플랫폼 본부에는 총 750여 명의 인원이 게임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배 본부장은 "명칭을 인텔리전스랩스라고 하니 회사에 저희 조직을 경험해보지 못한 부서들도 있고, R&D(연구개발)만 하는 조직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가 있어서 기존 조직은 유지하면서 이름만 변경했다"며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어서 트렌드에 따라가면서 AI에 집중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류 그룹장을 영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넥슨 플랫폼 본부의 가장 큰 특징은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부서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제작, 서비스 접목, 이용자 데이터 분석 등을 맡은 부서가 한 데 모여있다는 것이다. 기술 조직이 게임 개발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로, 초기부터 부서 간 강한 결합을 자주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배 본부장은 "타사 AI 조직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얘기해보면 내부 협업이 어떻게 그렇게 잘 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넥슨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 개발 조직이 게임 개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라며 "게임 개발 쪽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낼 때 플랫폼 본부에 문의하고, 저희도 새로운 솔루션이 나오면 게임 개발팀에 안내한다. 업무 프로세스나 파이프라인 자체가 이렇게 구축돼 있다"고 강조했다.
배준영 넥슨 플랫폼본부 본부장이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넥슨
넥슨 플랫폼본부가 구축한 기술 솔루션은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 전반에 녹아들어있다. 특히 넥슨 자회사이자 게임 운영 전문 기업인 넥슨네트웍스는 플랫폼 본부가 제작한 이용자 데이터 플랫폼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
배 본부장은 "CS(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넥슨네트웍스는 저희가 만든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과거에 CS 업무를 하려면 이용자 문의를 접수받은 뒤 내용을 정리해서 개발팀으로 넘기면, 개발팀에서 관련 데이터를 추출하고 저희가 투입돼 분석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아예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두고 법인에서 데이터 운영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니 대응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게임 내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흐름에도 AI 기술은 깊이 연관돼 있다. 특히 PvP(이용자 간 전투) 게임에서는 '매칭'의 개념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 AI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용자 간 파티 매칭, 아이템 매칭, 콘텐츠 매칭, 길드 매칭 등이다.
배 본부장은 "저희 본부에는 길드 추천을 담당하는 추천실이 따로 있는데, 게임의 매치 메이킹이라던지 아이템, 콘텐츠 추천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이용자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빌드와 이용자 특성을 고려한 추천을 라이브 서비스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넥슨은 페르소나 NPC(논 플레이어 캐릭터)나 AI 어시스턴트 등을 개발하고 있다. AI 조직을 두고 있는 게임사들 대부분 도전하고 있는 분야로, 이용자의 게임 몰입도를 높여주는 특장점을 가진다.
배 본부장은 "NPC가 개인화된 대화를 제공한다면 이용자가 훨씬 게임에 몰입할 수 있고, 플레이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후 게임 월드에 존재하는 모든 NPC가 AI로 작동하는 날도 충분히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용자 모두가 각자에 맞게 개인화되고 차별화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콘텐츠 다양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AI가 게임 플레이 도우미 역할도 할 수 있도록 AI 어시스턴트도 개발하고 있다. 게임 플레이 중에 도움을 주는 형태로, 퀘스트를 깨야 하는 상황에 안 하고 있으면 이를 인지시켜주는 식"이라며 "많은 걸 내부에서 연구개발 중인데, 게임 장르에 맞춰 적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준영 넥슨 플랫폼본부 본부장이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넥슨
AI를 인게임 콘텐츠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IP 생태계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메이플스토리에 AI 기반 코디 검색 서비스 'AI 스타일 파인더'를 정식 출시했다.
배 본부장은 "AI 스타일 파인더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코디를 검색하거나 실사 사진을 업로드하면 유사한 형태의 코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라며 "메이플스토리는 IP 프랜차이즈 전략 하에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를 게임 내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IP 생태계 자체를 확장하는 데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주력해 온 라이브 서비스 역량 강화가 결국 IP 수명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더 나아가 개발 조직 간 플랫폼을 통한 노하우 공유로 IP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배 본부장은 "이용자 로그를 기반으로 리텐션을 끌어올리거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지표, 솔루션을 제공하니 라이브 서비스 유지에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간 개발 조직에선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타 조직으로 노하우 전파가 잘 안 됐는데, 데이터를 플랫폼 형태로 제공해주니 노하우 공유가 이전보다 수월하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시장에 멀티 플랫폼으로 게임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넥슨에서도 최근 1~2년 새 글로벌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서비스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기술적으로 갖춰주는 것이 1차적인 기술적 로드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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