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26일 대의원대회 열어 새 집행부 구성 논의
전문의 시험 자격 요건 완화 변수
의대생 복귀도 이어질듯
차의전원 학생 전원 복귀
교육부, 학사 일정 조정 허용할까
1년4개월 간 의정 갈등의 한 축에 섰던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24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1년4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 기간 동안 전공의들을 이끌어온 인물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박 위원장 사퇴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업을 거부해온 의대생들도 복귀했거나 복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박 위원장은 24일 대전협 대의원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공지글을 올렸다. 그의 사퇴는 최근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 비대위를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사직 전공의 200여명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저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대전협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진 바 있다. 대전협 비대위는 오는 26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한 논의를 한다.
박 위원장 사퇴를 계기로 새 정부와 의료계 간 ‘전공의 복귀’를 위한 협상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공의들이 대화는 물론 복귀 의지를 내비치는데다 9월 전공의 추가 모집 공고 시기도 임박해서다. 이날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고려대의료원 전공의 비대위는 성명을 내어 “정부와 함께 해답을 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전공의 복귀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당장 전공의들은 9월 모집에 응하기 위해선 전문의 시험 응시 요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초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려면 일정한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전공의 상당수는 내년 시험 응시를 위한 수련 기간 충족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공의는 6월 전공의 모집 때 수련 기간 조건을 완화해준 점을 들어 9월 모집에도 정부가 특례 조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당국자는 한겨레에 “특례 제공 여부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만 말했다.
의대생들의 본격적인 복귀 가능성도 점쳐진다. 소규모 의대인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전원 수업에 참여 중이다. 차의전원 핵심 관계자는 “6월 초 비대면 수업을 받으면서 ‘조용한 복귀’를 진행했고, 23일자로 1학년 대면 수업, 2학년 영상 수업, 3·4학년 실습 수업을 본격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의전원 쪽은 뒤늦게 복귀한 학생들 대상으로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학사 일정을 수정하기로 했다.
차의전원 학생들의 복귀는 다른 대학 의대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비수도권 대학 의대 학장은 “차의전원이 자체적으로 학사 유연화를 시도한다면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 학교는 왜 안 되느냐’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많은 대학은 학사 일정 조정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육당국이 “학사 유연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교육부 당국자는 한겨레에 “차의전원의 조처는 (정부가 허용하지 않는) 학사 유연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신소윤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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