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수컷 둘 정자에 핵 제거한 난자 결합
정자로만 태어난 생쥐, 생식 성공은 처음
두 명의 아버지를 둔 성인 수컷 쥐가 번식에 성공했다./웨이 옌창(Wei Yanchang)
엄마 없이 두 아빠 사이에 태어난 쥐가 또 다른 생쥐를 낳는 데 성공했다. 수컷 생식세포인 정자 두 개를 결합해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그 생명체가 다시 번식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웨이 얀창(Yanchang Wei) 중국 상하이 교통대 교수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두 수컷 생쥐의 유전자로만 만들어진 생쥐가 자라서 다시 새끼를 낳았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자식은 부모에게서 각각 DNA를 반반씩 물려받는다. 연구진은 핵을 제거해 유전자를 없앤 생쥐 난자에 정자 두 개를 넣어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 생쥐는 부모가 아니라 아빠 둘에게서 반반씩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다. 아빠 유전자만 가져 생쥐는 모두 수컷이 된다.
단순히 정자를 섞는 것만으로는 수정란이 제대로 자랄 수 없었다. 연구진은 ‘에피게놈 편집’이라는 기술로 정자에 담긴 유전자의 7개 지점을 조절했다. 유전자 자체를 바꾸지 않고, 유전자의 켜짐·꺼짐 상태를 조절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259개의 수정란을 대리모 암컷에 이식했다. 최종적으로 단 두 마리의 수컷 쥐만 살아남아 성체로 자랐고, 나중에 다른 암컷과 짝짓기를 해서 건강한 새끼를 낳았다. 외형, 무게, 성장 속도 등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다.
앞서 엄마 둘 사이에서 태어나 생식할 수 있는 쥐는 2004년 처음 등장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염색체만 있으면 어떤 유전자는 과하게 작동하거나 전혀 작동하지 않는 ‘유전자 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데, 당시 일본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두 엄마를 가진 최초의 가임 쥐 ‘가구야’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 연구진이 발생 단계가 다른 두 난자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정자 없이 난자만으로 자손을 낳는 진정한 단성 생식은 아니었다. 웨이 교수 연구진은 2022년 웨이 옌창 교수 연구진은 PNAS에 생쥐의 난자에 있는 특정 유전자를 교정해 단성 생식으로 정상 자손을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DNA의 유전 정보를 바꾸지 않고 유전자의 발현만 조절해 아버지 없는 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올해 1월에는 같은 방식으로 두 마리의 수컷 부모를 둔 성체 생쥐를 만든 데 이어, 이번에 생식까지 성공시킨 것이다.
아빠나 엄마 생식세포만으로 새끼를 얻는 연구는 동물의 수정과 발생 과정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불임 치료에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같은 방법으로 동성 커플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유전자 발현 스위치를 조정하는 방식은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동물 실험에서도 성공률은 매우 낮았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적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천 개의 난자와 수많은 대리모가 필요하며, 아직 인간 줄기세포로부터 난자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쥐는 유전자 구성이나 작동 방식이 다르기 대문에 사람에게도 같은 방식이 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크리스토프 갈리셰 영국 세인즈버리 웰컴 센터 연구 운영 관리자는 “동성 부모로부터 자손을 얻는 이 연구는 유망하지만, 필요한 난자 수와 대리모 수, 그리고 낮은 성공률 때문에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NAS(2025), DOI: https://doi.org/10.1073/pnas.242530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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