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카타르 미군기지에 사전통보 후 '형식적' 보복…美 휴전 중재 급가속
이스라엘과 이란도 휴전 동의한 듯…이란 외무 "이스라엘 공격 중단시 우리도 대응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에 이란에 대한 공격 중단을 요청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산의 지지 세력을 일컫는 소위 'MAGA'(마가) 기금 모금 만찬을 위해 베드민스터 골프 리조트로 향했다. 2025.06.20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은 공식적인 발표는 삼갔으나 이란의 추가 공격이 없을 시 휴전에 동의한다는 입장이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란 현지시간 지난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이란 핵시설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무력 충돌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모두에게 축하드린다!"며 "이스라엘과 이란은 전면적이고 완전한 휴전에 전적으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시점에 대해선 "지금부터 약 6시간 후 이스라엘과 이란이 현재 진행 중인 최종 임무를 마무리하고 종료하는 시점부터"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글을 올린 시간이 미 동부시간 23일 오후 6시쯤인 점을 감안하면 24일 0시(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쯤 휴전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은 12시간 동안 유지될 예정이며 그 시점에서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료된다"며 "이란은 휴전을 먼저 시작하고, 12시간 후 이스라엘이 휴전을 시작하며, 24시간이 되는 시점에는 12일 전쟁의 공식적인 종료가 선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간의 무력 충돌을 '12일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전쟁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휴전 동안 상대방은 평화롭고 존중받는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가정하에 나는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에게 축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은 수년 동안 계속돼 중동 전체를 파괴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이란, 중동,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NBC방송 인터뷰에서는 휴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이 휴전에 제한이 없다고 본다. 이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며 "내 생각에 오늘은 전 세계에 아주 멋진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 발표의 결정적 배경에는 이란의 '형식적 보복'이 있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핵 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날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면서도, 사전에 미국과 카타르 측에 공격 계획을 통보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미사일 규모는 미국이 핵시설 공습에 사용한 벙커버스터 14발에 맞췄다. 토마호크 미사일 30발 등 총 75기의 정밀 유도폭탄을 쏟아 부은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발은 격추됐고, 1발은 방치됐다. 이는 위협적인 방향으로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란 측은 미리 공격 일시와 목표물, 탄도미사일 도착 시점을 통보했고 카타르는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방공망을 가동해 대부분을 요격했다. 미군 기지 내 사상자나 심각한 물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란이 조기 통보를 제공해 생명을 잃거나 부상당한 사람이 없도록 해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며 "이란이 이제 지역 평화와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이스라엘도 그렇게 하기를 열정적으로 독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확전을 피하면서도 체면을 지키려는 이란의 출구 전략으로 해석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의 사전 통보에 감사를 표하며 긴장 완화의 명분을 마련했다.
이란의 계산된 보복 공격이 있을 직후 미국과 카타르가 주도하는 외교적 움직임이 이뤄졌다.
이란의 공격을 보고받은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에게 이란 측의 휴전 동의를 얻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 총리가 직접 이란 측과 대화에 나섰고, 결국 이란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백악관이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공개한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 공급 당시 상황실 모습. 소위 '워룸'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수지 와일즈 백악관 비서실장(왼쪽 두 번째), 대니얼 케인 합참의장(가운데), JD 밴스 미 부통령(가운데 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오른쪽) 등 내각 구성원들과 2025년 6월 21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등 고위 인사들이 이란 측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며 합의를 조율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또한 이미 군사적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조기에 작전을 마무리하려는 신호를 미국 측에 보내온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이스라엘 관리들은 군사 목표를 거의 달성했으며 며칠 내로 작전을 종료하고 싶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장기적인 소모전이 경제에 미칠 부담을 피하고, 이번 작전의 성과를 확고한 승리로 굳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이란도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다만 "군사작전 중단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나중에 내려질 것"이라며 "우리의 강력한 군대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응징하기 위해 오전 4시 마지막 순간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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