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고양, 권수연 기자) 큐대가 이상했고, 공이 빗나갔는데도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은 지난 22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차유람(휴온스)을 세트스코어 4-0(11-1, 11-6, 11-2, 11-6)으로 꺾었다.
셧아웃 우승은 여자부에서는 최초 기록이다. 또한 직전 최단 우승시간 기록을 경신, 76분만에 경기를 끝냈다. 직전 최단 기록은 23-24시즌 9차 투어(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김민아(NH농협카드)가 세운 97분이었다.
또 김가영과 차유람, 두 사람의 결승전은 프로 처음으로 성사됐다. 가장 최근 대결인 지난 24-25 6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 이후 7개월 19일 만에 성사됐다.
김가영은 이 대회 우승으로 프로 첫 개막전 우승과 더불어 직전 시즌에 이어 8연승, 프로 통산 15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직전 시즌 '왕중왕전'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우승 이후로 3개월 5일 만에 또 다시 우승을 거머쥐게 됐다. 덤으로 개막전에서는 첫 우승을 경험했다.
또 누적상금 7억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 여자부 1위 자리도 굳게 지켰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가영은 우승 소감에 대해 "기분이 좋다"며 "우여곡절이 많았다. 히다 오리에(일본, SK렌터카)와 처음으로 승부치기를 했고, 그때 0.755라는 애버리지를 기록했는데 멘붕(멘탈 붕괴)도 겪어봤다. 다행히 잘 극복하고 그 뒤로 순항하며 운도 많이 따랐다"고 전했다.
이하 우승자 김가영 일문일답
서한솔(우리금융캐피탈)과의 대결에서 좀 헤맸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나?
장비 문제가 좀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았었다. 나중에 결과적으로는 큐대 선골(큐 상대와 팁을 연결하는 부착부)에 문제가 있었다. 거기에 공이 맞으면 공이 아예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교체를 하던가 했어야 했는데 제가 긴장해서 실수를 했는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연습실가서 확인을 하니 그렇게 돼있더라. 육안으로 확인이 잘 안됐던 문제였다. 한두큐 정도는 괜찮다가 또 안 맞으니까 내가 힘이 너무 들어갔는 줄 알았다.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오차가 나야 하는데 너무 많이 틀리니까 당황하고 잡념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집중력도 떨어졌던 것 같다.
시상식 소감에서 차유람에 대해 언급했는데, 포켓볼 시절부터 연이 깊었다. 결승전 성사 당시 기분이 어땠나?
사실 별 생각은 없었다. 이전에도 준결승 무대에서 몇 차례 만나기도 했다. 결승전에서 만난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차유람의 이번 대회 애버리지가 좋았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한 샷들을 꽤 많이 쳤다. 남자 선수들도 치기 어려운 샷이 많았는데 심리적 자신감의 이유인가?
칠게 없었어서 (쳤다)(웃음)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승부치기란걸 했다. 마음가짐이 어땠나?
딱히 어떤 마음가짐은 없었다. 집중력을 잃지 말자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제가 초구였고, 그 초구는 경기 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 '그냥 준비했던대로 하자' 생각했다. 원하는대로 득점은 나왔지만, 사실 포지션이 잘 되는 초구배치는 아니었다. 수비를 염두한 세 번째 샷을 했는데 그것을 그렇게 치면 안됐다고 생각한다. 잘못쳤는데 운이 좋았다. 히다가 어렵지 않은 샷이었는데 놓쳐서 제가 이긴 것이다. 제가 잘해서 이긴건 아니라 생각한다. 점수를 주자면 50점? 초구를 맞추긴 했으니까. 좀 아쉽기는 하다.
비시즌 공백이 제법 길었다. 시즌을 걸러 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그런 예상 자체를 못했다. 옆에서 많은 분들이 많이 물어보시고 얘기해주시고 하기 때문에 굳이 저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계속 마음을 비우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비시즌은 어디에 가장 신경을 썼나?
사실 특별하진 않았다. 가장 목표로 둔 주안점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경기력과 당구 자체에 선수로서 할 도리에 집중했다.
목표 애버리지를 1.5로 잡았다. 다른 경기 결과가 좋았던 만큼 16강전 결과가 아쉽지 않았나?
그것마저 실력이라 생각한다. 더 빨리 조치를 취하고 해결했어야 했다. 또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생각했을 때 눈에 보이게 좋아진 부분도 있다. 먼저 경력이 쌓이면서 다양한 공을 구사했다. 경력이 쌓이며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또 잘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타임 파울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전에는 긴장으로 파울이나 공이 안맞았는데 이번에 그러지 않았다. 에버리지는 상대성이라는 것이 있기에 집착은 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김가영을 막아야 한다'라는 목표 의식이 있지만, 김가영 선수는 이미 달성한 기록들이 상당하다. 어떠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시즌을 보낼 것인가?
항상 올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높은 데서 떨어지면 아프지 않겠는가(웃음). 최대한 꾸준하게 하며 덜 아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진=MHN DB,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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