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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미국 광고. [엑스코프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드넓은 산속 외딴 도로를 주행하는 한 차량이 있다.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은 아들을 본다. 아들은 두려운 표정으로 그저 창밖을 볼 뿐이다.

이어 쓰러져 있는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가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아버지는 후진해 차를 돌리려 하지만, 차량 뒷바퀴는 진흙에 빠져 공회전할 뿐이다.

이때 광고 문구가 전면에 등장한다. “엑스코프리(XCOPRI)로 기어를 바꾸세요”

이후 주인공이 환하게 웃으며 병원을 나서고, 드넓은 자연을 만끽하는 행복한 부자의 뒷모습으로 광고가 마무리된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혁신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이 미국 유튜브 광고가 공개 한 달 만에 1000만회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기업이 개발한 특허 신약의 미국 광고 조회수로 최초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SK바이오팜 내에서도 “거짓말 아니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이 나온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미국 광고. [엑스코프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은 뇌전증 혁신 신약이다. 미국에서 특허 신약을 판매하는 국내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한국 기업이 개발한 이 혁신 신약에 대한 미국 현지의 반응이 우리에게 생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대중 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문의약품의 환자 대상 광고를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환자가 광고를 보고 정보를 얻고, 의료 전문가에게 직접 해당 약을 문의하거나 처방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엑스코프리에 대한 유튜브 광고가 돌풍을 일으킨 데에는 치밀한 시장 분석과 질환을 겪는 환자의 고통을 공감한 스토리텔링이 주력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미국 광고. [엑스코프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전문의약품 직접 광고’ 가능한 美…SNS 등 광고 ‘반응 폭발’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전기 신호 이상으로 반복적인 발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교통사고 등 원인으로 발작이 생기는 경우는 유발성 발작, 이와 달리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저절로 발작이 생겼다면 비유발성 발작이라고 한다. 이 비유발성 발작이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번 이상 일어난 경우를 뇌전증이라고 정의한다.

발작 시점을 예측할 수 없어 뇌전증 환자들의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환자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SK바이오팜은 환자 및 환가 가족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SNS 사용량이 많다는 시장 조사 결과를 확보했다.

SK바이오팜은 “사전 시장 조사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 DTC 광고를 접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해당 의약품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할 의향이 있으며, 의료진 또한 환자 요청 시 실제 처방할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빔팻의 특허가 2022년 만료됐고, 이후 북미 시장 1위를 차지한 브리비액트는 2026년 8월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엑스코프리는 시기적으로 중요한 기점에 와 있다.

SK바이오팜은 자체 시장조사 결과를 분석한 후 미국 전역에서 TV광고 형식의 소비자 직접(DTC)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첫 광고인 만큼 직접 소비자의 마음을 울릴 스토리가 중요했다.

엑스코프리를 복용 중인 뇌전증 환자 나탈리의 인터뷰 영상. [엑스코프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운전면허증, 뇌전증 환자에 ‘희망’의 상징…섬세한 메시지

엑스코프리의 광고에 아버지가 운전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은, 실제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전 중 갑작스럽게 경련 증상이 발생하면 의식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미국 등 해외 임상 현장에서는 엑스코프리를 처방한 환자가 면허증을 재발급받는 것은 일상생활을 회복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최종 발작 후 장기간 발작이 없을 경우, 전문의의 진단서에 따라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스코프리 광고에서 부자가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희망을 상징한다.

광고 영상에서 뇌전증 환자인 아들은 초반부에 신약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엑스코프리’가 적힌 표지판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고,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한다. 기존 복용약을 바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엑스코프리를 새롭게 선택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미국 보스턴에러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USA 2025’에 마련된 SK바이오팜 부스. 전면에 미국 전역에서 전개 중인 ‘엑스코프리’ 광고영상을 배치했다. 보스턴=최은지 기자

SK바이오팜은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USA 2025’에서 처음으로 단독 부스를 냈다. 부스 전면에는 실제 뇌전증 환자들의 인터뷰 영상과 엑스코프리 광고 영상을 내세웠다. 이제 한국 기업이 의약품을 전면에 내세워 기업 부스를 마련할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다.

SK바이오팜은 2029년 ‘1조원 클럽’을 목표로 엑스코프리 매출 극대화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2년간 소비자 직접 광고를 통해 엑스코프리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을 높이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처방을 하는 의사들과 광범위하게 만나 ‘라이프 사이클 매니지먼트’(LCM)로 나아간다는 복안이다. 신약 분야에서 LCM은 의약품 특허 만료 전후로 제품 수명을 연장하고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대규모 TV광고는 환자 접근 방식의 혁신이고, 전방위로 의사를 만나 LCM 혁신으로 가는 것이 우리 사업의 두 축”이라며 “뇌전증 분야에서 우리는 무조건 미국 1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엑스코프리는 지난해 4387억원의 매출을 기록, SK바이오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올해 1분기에는 전체 매출 1444억원 중 92.3%인 1333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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