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안규백·정동영 등 중진 의원 외교안보라인에 전진배치
김성환 전재수 강선우 등 개국공신 발탁
과기정통부 장관에 AI 전문가 발탁...농식품부 장관은 이례적 유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국방·외교·통일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하는 초대 내각 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후 첫 장관 인선이다. 여당 중진 의원들을 외교안보라인에 배치해 힘을 실었다. 대선 과정에서 활약한 의원들에게도 요직을 맡겼다. 아울러 기업 출신 인재와 과거 정부 인사를 가리지 않고 등용하며 실용에 방점을 찍었다.
국방장관 후보자에 5선 안규백 의원이 지명됐다. 최종 임명되면 1961년 5·16 이후 64년 만에 첫 민간 장관이 국방부 수장을 맡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활동해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면서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는 5선 정동영 의원이 지명됐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 남북관계에 정통하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급이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이 발탁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외무고시 동기(13기)로 가깝다. 위 실장과의 호흡을 감안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에서 국익중심 실용외교 위원장을 맡았다.
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대통령실 제공
선대위 주요 직책을 맡았던 민주당 현역의원도 여럿 발탁됐다. 3선 김성환(환경부 장관 후보자), 3선 전재수(해양수산부 장관), 재선 강선우(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의원이다. 김성환 후보자는 선대위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이재명 후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전재수 후보자는 선대위 북극항로 개척추진위원장으로 부산 표심을 도맡았다. 강선우 후보자는 선대위 국제협력단장을 지냈다.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인 권오을 전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지냈지만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보수 표심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는 정의당에서 민주당으로 전향해 선대위 노동본부장을 지낸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명됐다.
기업 출신 인재도 등용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인공지능(AI)연구원장이 발탁됐다. 강 비서실장은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어렵게 모신 전문가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가 낙점됐다. 국무조정실장에도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이 임명됐다.
2024년 11일 25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네 개 법안이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당 단독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집행이 불가능하고, 농업의 미래를 없게 하는 법"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유임됐다.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등을 앞장서서 반대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전례가 있다. 강 비서실장은 “보수,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이번 유임은 내각 성비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지명된 국무위원 12명(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포함) 가운데 여성은 송 장관과 강선우·한성숙 후보자 3명뿐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여성 장관 후보자를 많이 발굴하려고 노력하지만 솔직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외에 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은 아직 장관 후보자가 미정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검증 중이고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만큼 머지않은 시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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