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은행장 간담회…한국은행 소통 강화·금융현안 논의
배드뱅크부터 스테이블코인까지 다양한 금융 이슈 다룰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5.4.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다음 달부터 적용될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장들을 만났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속에서도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계속 지적해 온 만큼 이번 회동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오후 6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은행연합회가 한국은행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금융 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 총재를 초청한 자리다.
이 총재와 은행장들이 만난 건 기준금리 동결 기조였던 지난 2022년 10월, 2023년 4월, 지난해 5월, 9월 등이다. 현재는 '인하 사이클'이라는 차이가 있다.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앞두고 이 총재가 이른바 '막차 수요'에 대해 우려를 여러 차례 표현해 온 만큼,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기조에서 주택시장 및 가계대출 리스크가 재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폭등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달 5대 주요 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20일도 채 안 돼 4조 원을 넘어섰다. 이 중 주담대 규모가 3조 원에 육박한다.
전 금융권으로 따지면 가계대출 증가 폭이 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영끌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8월(9조 7000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와 관련해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정책에 적극 협력하며 경제 혈맥으로서 은행권 본연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내외 리스크가 중첩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 은행권도 한국은행과 함께 우리 경제와 국민 삶의 안정을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 최근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한 은행권의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무위험지표금리(KOFR) 활성화 △대출채권 담보수취 제도 △외환시장 구조 개선 △국제금융 전문표준(ISO 20022) 도입 등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총재는 "은행권 현안을 포함한 주요 금융·경제 이슈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며, 앞으로도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열린 은행권 이사회에선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취약계층의 채무 탕감 기관 '배드뱅크'와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지난 19일 은행권이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한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은 배드뱅크에 대해 정부가 주도(기금 설립 등)하고 금융권이 적극 협조(채권 매각 등)하는 비상시적 기구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상환 능력 기반의 지원 원칙을 기반으로 사회적 취약계층 및 장기·소액 연체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금융사 희생이 불가피한 만큼, 적정한 가격에 채권을 매입해 참여 유인을 제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관련해서도 논의했다. 최근 디지털자산 친화적인 트럼프 정부 취임 이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빠른 전송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결제 외 해외송금·무역대금 결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돼 활용되고 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정책 방향 관련해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의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제가 될 수 있고, 비은행금융기관의 스테이블발행 허용은 사실상 내로우뱅킹 허용과 동일하므로,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발행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한국의 통화당국으로서의 우려는 이해하고 있으며, 제도화 과정에서 입장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권 의견 교류를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은행권 공동 스테이블코인 관련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참가기관들은 은행법상 15% 출자제한 내에서 지분투자를 통해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준비자산은 은행에 예치·신탁하는 사업모델 구상 중이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관련해서는 오는 20일 '디지털자산 분야 실무 협의체 2차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고, 이번 달 중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은행권 의견 수렴이 이뤄질 계획이다.
jcp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