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모킹 건’ 출연진(왼쪽부터 김종석 PD, 유성호 서울대 교수, 방송인 안현모). KBS 제공
“진짜 스모킹 건은 사람입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시사 교양 프로그램 ‘스모킹 건’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종석 PD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을 이렇게 정의했다. 치밀한 과학 수사로 범죄의 실마리를 파헤쳐온 ‘스모킹 건’은 어느덧 100회를 맞았다. 자극보다 진심, 반복보다 확장을 선택한 이 프로그램은 범죄를 인간적으로 응시하는 시선을 통해 독자적인 색채를 만들어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진행자 안현모, 고정 출연자인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김종석 PD가 참석해 지난 2년간의 여정을 돌아보고, 향후 프로그램이 지향할 방향에 대해 밝혔다.
프로그램의 초창기를 떠올리며 안현모는 “처음엔 몇 회 하고 사라질 줄 알았다. 실제로 시즌1이 끝나고 송별 회식을 했다. 그런데 금세 시즌2가 다시 시작됐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지금은 101회에서 끝날 수도 있는 시대에 100회까지 왔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성호 교수는 “처음 제안을 받고 거절했다. 본업도 있고 바빴다. 그런데 단순한 흥미 위주의 범죄 콘텐츠가 아닌, 현장의 노고를 드러내는 과학적 접근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설득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100회까지 온 건 이런 진심이 시청자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석 PD. KBS 제공
‘스모킹 건’은 이름처럼 ‘결정적 증거’를 좇는 과학 수사 토크쇼다. 하지만 단순히 CSI식 추리극을 모방하지 않는다. 김종석 PD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땐 스모킹 건이 과학적 단서라 생각했다. 그런데 100회를 하면서 느낀 건, 결국 중요한 건 인간”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도구일 뿐이고, 진실을 밝히는 의지, 용기를 가진 사람이 있어야 사건이 해결된다”는 말이었다.
이날 세 사람은 프로그램 속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통영 소녀 학대 사망 사건’을 꼽았다. 김종석 PD는 “방송 후 유족이 ‘방송하지 말아달라’고 했던 분도 있었고, 고맙다고 한 유족도 있었다”라며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지가 유가족에게도 전달된다. 단순히 소비적인 콘텐츠가 아닌, 아픔을 공감하려는 자세를 시청자들이 알아준다”고 강조했다.
과학 수사에 대한 환상도 짚었다. 유성호 교수는 “CSI 드라마처럼 모든 걸 과학이 해결해주는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과학 수사는 결국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과 장비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쓸 수 없고, 과학은 수사의 한 축일 뿐 전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스모킹 건’이 지향하는 또 하나의 방향은 ‘가해자의 서사’에 대한 접근이다. 안현모는 “흔히 범죄 예방을 얘기할 때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가해자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를 조명한다”며 “결국 주변에 어떤 안전망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안전 베이스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현모. KBS 제공
유성호 서울대 교수. KBS 제공
유성호 교수는 역사적 사건에 과학을 접목한 시도도 소개했다. “소현세자의 사망 사건을 분석해 논문을 쓴 적이 있다. 독살설이 주류 해석이지만, 과학적 사료 분석으로 보면 당뇨 합병증 가능성도 있다”며 “역사적 진실도 과학의 힘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현모는 “‘스모킹 건’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자평했고, 김종석 PD는 “이것 역시도 최종 결론은 아니다. 지금보다 더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 도입되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 예전에는 나쁜 사람이라서 사람을 죽인 것이 됐다면, 이제는 저런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라는 화도를 이 사회에 던지게 됐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스모킹 건’이 단순한 자극 위주의 범죄 프로그램을 넘어서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석 PD는 “이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움’을 묻는 휴머니즘 프로그램이다. 더 나은 인간이 많아질수록, 더 안전한 사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모킹 건’은 오는 밤 9시 45분 KBS 2TV에서 100회 특집 ‘킬러와 아버지 - 서천 살인사건’ 편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서형우 온라인기자 wnstjr140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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