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그린피스, 유엔기후회의에서 여론조사 결과 발표…서명 캠페인 진행
기후 재해 복구 재원 마련을 위해 화석연료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옥스팜의 서명 캠페인 페이지. 옥스팜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 시민 10명 중 8명이 기후 재해 복구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시민들은 초부유층과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하며 이들에 대한 과세 강화와 공정한 재정 분담을 요구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과 그린피스인터내셔널은 16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독일 본에서 개최되는 제62차 유엔기후회의(SB62) 현장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다이나타가 수행한 이번 조사는 G7 국가를 포함한 13개국 시민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는 폭풍, 가뭄, 산불 등 기후 재해 복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화석연료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86%는 해당 세금의 상당 부분이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사회에 직접 전달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누구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66%가 화석연료 기업을 지목했다.
정치적 책임과 영향력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응답자의 68%는 화석연료 기업과 초부유층이 자국 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77%는 이들에 대한 과세를 우선시하는 정치인을 더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별도 분석을 통해 전 세계 590개 석유·가스·석탄 기업에 ‘오염산업 초과이익세’를 부과하면 시행 첫해에만 최대 4000억 달러(약 554조 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매년 2900억 달러(약 401조 원)에서 최대 1조450억 달러(약 144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개발도상국의 기후 손실 및 피해 비용과 맞먹는 규모다.
옥스팜은 또 2024년 한 해 동안 세계 주요 화석연료 기업 585개가 총 5830억 달러(약 805조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 340개 기업은 확인 가능한 배출량 데이터를 기준으로 전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옥스팜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단 1년간의 배출로도 향후 100년 동안 최대 270만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팜과 그린피스는 화석연료 산업의 수익성에 제동을 걸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초과이익세 도입을 각국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추가 사망을 막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총재는 “석유, 석탄, 가스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기후 영향력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이윤 추구를 지속해 수백만 명의 삶을 파괴해왔다”며 “정부는 이제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기후 취약국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 과세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스팜코리아는 화석연료 기업과 초부유층에 대한 정의로운 과세를 요구하는 글로벌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옥스팜코리아 캠페인 홈페이지를 통해 서명할 수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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