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인규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최중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이돈호 KA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생, 한찬규 연구원. KA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작은 숨결과 음파까지 정확하고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촉각 센서를 개발했다. 발바닥 압력 분포 같은 일상 움직임을 분석하거나 외과 수술을 훈련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박인규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촉각 센서 기술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센서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됐다.
촉각 센서는 압력을 감지해 얼마나 강한 힘으로 눌렸는지 파악하는 기술이다. 기존 촉각 센서는 부드러운 엘라스토머(탄성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응답속도가 느리고 똑같은 자극을 반복했을 때 재료가 변형돼 정확도가 점차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기존 연성 엘라스토머 기반의 3차원 센서(위)와 연구팀이 개발한 열성형 기반 3차원 센서의 구조와 기계적 특성 비교. KAIST 제공
연구팀은 '열성형 기반 3차원 전자 구조(Thermoformed 3D Electronics, T3DE)'를 적용해 기계적 특성이 우수하고 미세한 압력까지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촉각 센서를 구현했다. T3DE 센서는 얇은 2차원 필름 위에 전극을 정밀하게 배치하고 열과 압력을 가해 입체로 성형된다.
T3DE 센서는 설계 단계에서 지지체의 기계적 물성을 조절할 수 있다. T3DE 센서의 3차원 구조를 변형하면 운동을 할 때 바닥에 가해지는 100만파스칼(Pa)의 높은 압력부터 10파스칼(Pa) 수준의 작은 음파까지 상황에 따른 맞춤형 센서를 구현할 수 있다.
T3DE 센서의 응답속도는 1만분의 1초, 5000번 반복 작동했을 때도 정밀도를 99.9% 유지했다. 음향 감지 실험에서는 상용 음향 센서와 비슷한 성능을 냈다. 연구팀은 센서 2800개로 운동 중 발바닥의 압력 분포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고 맥박 측정을 통해 혈관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데도 성공했다.
T3DE 센서 입체 구조에 따른 압력 감지 범위와 활용(왼쪽 위), 음향 감지 실험 결과(오른쪽 위), 맥박 모니터링(왼쪽 아래), 체중 분산 모니터링(오른쪽 아래). KAIST 제공
T3DE 센서 지지체의 다리 두께, 길이, 개수 등을 조절하면 센서를 피부, 근육, 힘줄 등 생체조직과 유사하게 만들 수 있어 생체 인터페이스 센서로 유용하다.
증강현실(AR) 기반 외과 수술 훈련 시스템에도 적용됐다. 센서가 실제 생체조직과 유사한 강성으로 설계돼 절개 시 가해지는 압력 강도에 따라 시각·촉각 피드백을 동시에 제공한다. 너무 깊이 베거나, 위험한 부위를 건드리면 실시간 위험 경고가 가능하다. 의료 교육의 몰입도와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다.
박 교수는 "개발된 센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며 "일상생활은 물론 의료, 재활, 가상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adv.adv0057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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