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강국들 10년 전부터 정책 수립
국가전략기술 지정…수출통제 확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기술 강국들은 10여년 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양자정보기술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 자국 기술 보호를 위한 국가전략기술 지정 및 수출통제도 확대하고 있다. 핵심 동맹국과의 교류만 허용하는 등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편 가르기 현상도 뚜렷하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NSF),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에너지부(DOE), 국방부(DOD) 등 관계부처를 포괄하는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39억 달러(약 5.5조 원)를 투자했다. 이어 2029년까지 국제 협력과 응용개발지원 등에 약 27억 달러(약 3.7조원)를 추가 투자하기 위해 '국가 양자이니셔티브 재승인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기술리더십 유지를 위해 반도체·AI·양자컴퓨터 분야의 중국 투자를 금지하고, 양자컴퓨팅, 첨단반도체 제조 등 핵심 신기술 및 관련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AUKUS(호주·영국·미국) 안보협력 동맹 등을 통해 양자컴퓨팅 협력 및 대중국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 14차 5개년 계획에서 양자정보기술을 국가 중대 과제로 승격하고, 미국의 4배, 한국의 6.4배에 달하는 정부 투자(2023년 기준 누적 153억 달러)를 단행했다. 2023년 8월 신산업 표준화 시범사업 실시 방안에 9대 미래산업으로 '양자정보'를 포함, 범용 핵심기술 및 응용 과학기술 프로젝트 표준 신규 제정률 60% 이상 달성, 국제표준 300건 이상 제정, 중요 분야 국제표준 전환율 90% 달성을 성과목표로 설정했다.
또 JTC3 총회에 15여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의 암묵적 견제로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EU는 뛰어난 기초과학기술을 보유하고도 IT 산업을 선도하지 못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양자시대 산업 선도를 천명하고 유럽 양자 플래그십, 호라이즌 유럽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중용도(Dual-Use) 통제품목에 양자 컴퓨팅 기술을 포함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등 일부 양자기술 선도국은 최근 별도의 수출규제를 신설했다.
우리나라도 2024년 4월 2034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양자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퀀텀 이니셔티브' 전략을 발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기술 상용화와 국제 표준화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극자외선(EUV) 마스크·레티클, 극저온 측정장비 등 첨단산업 분야 기술을 수출통제 전략물자로 지정,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을 보조하고 있다.
박성수 연세대학교 융합과학기술원 교수는 "국제 표준화 과정에서도 드러내 놓고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중국 등에 대한 견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국은 대부분의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면서 국제무대에서 자체 개발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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