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뷰]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 주관, 살롱 드 오수경의 '파리의 숨결' 공연
[신나리 기자]
"유학시절, 파리에 도착한 지 일주일 됐을 때였을 거예요. 몽마르트 언덕에 놀러 갔는데, 장난감 가게 안에 장남감 병정이 있더라고요. 병정이 벽장 밖으로 나와 하늘을 날면 어떨까 싶은 마음을 담아서 만든 곡이에요."
'살롱 드 오수경'의 피아니스트이자 리더 오수경이 '장난감 병정의 비행' 곡 소개를 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시계태엽 소리로 시작된 곡은 첼로(서수민)와 바이올린(윤예지)이 더해지며 하늘에서 뛰어노는 병정의 비행을 단단히 받쳤다. 낮은 비행과 구름 사이로 몽마르트 언덕 사이를 누비는 병정이 그려진 연주에 40여 명의 관객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곡에 호응했다.
'파리의 숨결' 담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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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크로스오버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이 22일 '프랑스 음악 축제2025'의 일부로 공연 '파리의 숨결'을 진행했다. |
ⓒ 신나리 |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빠리살롱'에서 파리가 담긴 음악이 흘러나왔다.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으로 이루어진 재즈 크로스오버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의 공연은 '프랑스 음악 축제2025'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가 주관한 이 행사는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여 서울의 곳곳에서 펼쳐졌다. 프랑스에서는 1982년부터 매년 하지 때마다 음악가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료로 연주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거리음악축제가 열리는데, 그 취지에 맞춰 한국에서 진행된 프랑스 음악 축제이기도 하다.
사실 '살롱 드 오수경'은 파리를 설명하기에 탁월한 연주를 선보이는 밴드로 유명하다. 이 밴드의 여러 앨범은 오수경이 5년여 파리에서 유학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2013년 '살롱 드 탱고(Salon de Tango)' 앨범으로 정식 데뷔한 이후 2015년에 낸 두번째 앨범의 제목이 '파리의 숨결'인 이유다.
그 사이 '살롱 드 오수경은' 2014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 오버' 부문을 수상했는데, 오수경은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종종 한국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전 곡을 작곡하는 오수경은 이 앨범에 바게트를 먹으며 음악을 듣고 만들었던 파리의 오래된 아파트, 센강의 산책길, 에펠탑 앞의 회전목마 등의 기억을 담았다. 앨범명과 같은 이름의 곡 '파리의 숨결'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볕이 좋은 어느 날, 초록의 파리를 산책하게 하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오수경은 관객들에게 "파리가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파리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파리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주고 싶었다"며 곡을 설명했다.
공연의 전반부가 '파리'의 향이 가득 담긴 곡으로 채워졌다면, 후반부는 프렌치 음악뿐 아니라 탱고 등 여러 나라의 음악이 여러 형태로 녹아든 곡이 연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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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크로스오버 밴드 '살롱 드 오수경'. (왼쪽부터) 오수경, 윤예지, 서수민 |
ⓒ 오수경 |
'살롱 드 오수경'은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등 클래식에 많이 쓰이는 악기로 이루어졌지만, 음악 장르를 하나로 규정하지 않는다. 즉흥으로 연주할 때는 재즈에 닮아 있지만, 바이올린과 첼로의 묵직하고 강렬한 울림이 이어질 때는 클래식한 느낌도 있다.
밴드는 세 번째 앨범 '데미안'에 담긴 '목이 긴 여자'로 연주를 이어갔다. 기다림에 따른 절망을 노래한 곡 답게 피아노로 울고 바이올린으로 흐느끼다 첼로로 체념한다. 그가 "내가 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이 곡에 담았다. 피맺힌 절규 같은 것"이라고 소개한 곡을 관객들 역시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집중하며 들었다.
이날 공연은 코로나를 겪으며 오수경이 겪었던 마음의 질곡을 담은 4집 앨범 '어느 정신이상자의 고백'에 실린 '반추'로 마무리됐다.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며 후회하다가도 홀로 반추하며 비로소 그 일 혹은 사람과 정리했던 시간이 담긴 곡이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 관객은 "한 시간 여 파리 여행을 한 기분"이라며 "마냥 로맨틱하고 설레는 파리부터 철학적이며 논쟁을 좋아하는 복잡한 파리지앵의 내면까지 체험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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