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통합은 미디어 산업 생존의 문제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 말은 국내 미디어 플랫폼이 처한 시장 환경을 정면으로 드러낸 진단입니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국내 미디어 산업의 생존 전략 그 자체입니다.
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제 질문은 하나로 좁혀졌습니다. 바로 “KT(030200)는 왜 이 합병에 찬성해야 하는가”입니다.
이 물음은 현실에서 비롯됐습니다. KT의 한 고위 임원이 지난 4월 “(티빙의)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합병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은 명확합니다. KT는 이 합병에 찬성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 콘텐츠와 미디어 사업을 지속하려는 기업이라면 지금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OTT에 맞설 ‘유일한 카드’
국회에서 열린 ‘OTT 정책 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이 합병은 콘텐츠 경쟁력 확보의 시작이자 글로벌 대응을 위한 유일한 카드”라고요.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CJ ENM, SK텔레콤이라는 막강한 후원을 등에 업고 있지만, 단독으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와 대등하게 경쟁하긴 어렵습니다. 이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KT 역시 자체 OTT ‘시즌(Seezn)’을 정리하고 티빙 진영에 합류한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KT에게도 콘텐츠·미디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실질적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없이는 경쟁도 없다
KT 내부 반대 논리는 티빙의 주주가치와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 약화라는 이슈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OTT 산업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간과한 시각입니다.
현재 OTT 산업은 협소한 내수시장, 낮은 투자 회수율, 부족한 정책 지원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순한 제작 지원을 넘어 글로벌 진출과 민간 자본 유인을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티빙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웨이브와의 합병은 KT가 주주로서 장기적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실과 한국OTT포럼·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1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을 위한 OTT 정책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윤정훈 기자)
(사진=OTT 점유율)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할 때
정부는 OTT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세제 혜택, 제작비 지원, 광고 규제 완화 등 각종 정책 수단이 논의되고 있으며, 합병과 같은 규모의 경제 실현은 지원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KT가 이 합병에 동참한다면, 이재명 정부의 미디어 산업 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정책 수혜자가 될 수 있습니다.
티빙-웨이브의 통합은 단순한 기업 전략이 아닙니다. 국산 플랫폼이 글로벌 플랫폼에 콘텐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입니다. KT가 이 흐름에 힘을 실는다면, 자국 콘텐츠 보호자이자 산업 공동체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KT는 결단해야 할 시점에 섰습니다.
지난 5월까지도 KT는 CJ 고위 임원과의 만남을 피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충분히 숙고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습니다.
KT가 진정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합병 찬성’이라는 명확한 결단을 기대해봅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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