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영화 전성기를 이끈 기생충 출연진들이 지난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한 모습 [SNS 갈무리]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영화 명가가 어쩌다”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 CJ ENM이 올 상반기 투자·배급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등하는 제작비와 흥행 실패로 영화가 씨가 말랐다. 영화관 관람객이 줄면서 영화 매출이 감소하고 투자가 위축됐지만 주연 배우의 출연료는 8억원 달할 정도로 제작비가 폭등해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몰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연간 70여편이었던 영화 제작이 지난해엔 30편 안팎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국내 5대 투자배급사(CJ ENM·쇼박스·롯데·NEW·플러스엠)가 준비 중인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5월 영화 관객 수는 통계 집계 이후 사실상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853만202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년 간 가장 적다. 2023년 1174만 명, 2024년 1135만 명에 이어 3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고, 감소 폭은 더 커졌다.
올해 들어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 이는 최근 10여년간 박스오피스 추이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객이 크게 줄어든 여름 영화관 [CJ CGV]
그나마 ‘야당’,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300만명대를 돌파했고, ‘승부’ ‘검은 수녀들’ ‘히트맨2’ 등 여러 작품이 100만~200만 명대의 흥행을 기록했다. 흥행 보증수표 마동석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거룩한 밤’은 겨우 77만을 동원,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영화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 1만 1000원이었던 영화 관람료는 2020년 1만 2000원으로 올랐고 2022년 1만 4000원으로 또다시 뛰었다. 3년 동안 27%가 오른 셈인데 이는 같은 시기 평균 물가상승률(3.2%)의 9배에 이르는 것이다.
OTT 월 구독료가 영화 한 편 티켓값과 비슷하다. 영화관 한번 가면 영화표 및 간식 비용을 합쳐 1인당 평균 3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럴 바에는 집에서 넷플릭스를 마음껏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람료를 올렸으면 OTT에 비해 매력적인 무언가를 줘야 하는데 영화 대부분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사진 CJ CGV]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은 모두 올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러다 다 죽는다”며 그야말로 비명이다.
급기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 계획 발표에 영화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영화관 산업이 벼랑 끝에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71억원을 투입해 영화관의 영화 1회당 6000원을 할인해 주는 쿠폰 450만장을 뿌린다. 9000원에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볼만한 영화가 없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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