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맨홀뚜겅(왼쪽)과 주철 맨홀뚜껑(오른쪽)의 모습./사진=뉴스1
장맛비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시설물이 붕괴하고 뱃길이 끊기는 등 비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른바 '조화(調和) 맨홀'로 불리는 분홍색 맨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1일 오전 5시까지 충청 지역에는 170mm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인명피해는 없지만 공공시설과 옹벽이 붕괴하고 전국 10개 항로 여객선 14척이 결항했다.
본격적인 장마가 도래하며 비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이른바 '조화 맨홀'로 불리는 분홍색 맨홀로 인한 시민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화 맨홀은 2000년대 초반 철제 맨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외관이 깔끔하다는 이유로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문제는 철이 아닌 콘크리트 소재로 만들어져 쉽게 파손될 수 있고, 오수에 쉽게 부식되는 등의 위험이 커 집중 호우 시 사고 위험이 크다. 특히 표면이 부서져도 노면과 구분이 어려워 운전자나 보행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일부 지자체는 맨홀 뚜껑을 교체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부터 콘크리트 재질로 된 맨홀 뚜껑 1만5000개를 전수 조사해 전량 철제 뚜껑으로 교체에 나섰고 올해까지 모두 교체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장마가 시작되며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5.6.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장마철에는 조화 맨홀뿐만 아니라 일반 철제 맨홀도 주의해야 한다. 폭우로 하수가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때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2022년 12월 환경부는 '하수도 설계기준'을 개정해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추락방지시설은 하수 역류 시 뚜껑이 열리는 것을 막고, 최대 450㎏ 이상의 하중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설치율은 여전히 낮다.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설치율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추락방지시설 설치가 더딘 이유로는 예산 문제가 거론된다. 지자체 맨홀 유지·보수는 각 지자체 책임인데,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들은 설치가 쉽지 않다.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시도 사정이 비슷하다. 가정과 사업장으로부터 받는 하수도 사용요금 안에서 예산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까지 충청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지난 19일 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인천 서구 176.5㎜ △충남 청양 169.5㎜ △강원 화천 167.0㎜ △경기 김포 154.0㎜ △전북 익산 117.0㎜ △충북 음성 111.5㎜ △경북 봉화 96.5㎜ △세종 93.1㎜ 등이다. 행정안전부는 전날(20일) 오후 2시30분부로 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