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경기 고양시 대화동의 한 지하차도에서 차량이 침수돼 소방대원들이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올여름 내륙에 발생한 첫 정체전선(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주말까지 전국에 비가 이어지겠다. 시간당 50㎜ 이상 내리는 ‘극한 호우’와 밤사이 100㎜ 이상 퍼붓는 ‘야행성 폭우’가 장마 초반부터 나타나고 있다. 장마가 절정에 이르는 7월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일 밤부터 21일 오전 사이 충청권 등 중부엔 최대 180㎜의 많은 비가 예상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앞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남풍과 북쪽 찬 공기가 충돌하며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수도권 북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비의 ‘씨앗’이 되는 남풍이 낮보다 밤에 더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비구름대의 덩치가 밤 시간대에 갑자기 커진 탓이다. 20일 새벽 인천 서구엔 시간당 63㎜, 총 142㎜의 강수가 기록됐다. 공식 관측 지점인 인천 중구에도 시간당 38㎜가 쏟아지며 1904년 이후 역대 셋째로 많은 6월 시간당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경기 동두천에도 시간당 50.8㎜의 비가 내리며 이 지역 기상관측을 시작한 1998년 이후 6월 1시간 강수량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
이번 비는 중부·남부에 내린 올여름 첫 장맛비다. 제주가 예년보다 일주일 빠른 지난 12일 장마에 접어든 데 이어 중부는 5일, 남부는 3일 빠르게 장마가 시작됐다. 정체전선 움직임이 빨라지며 20일 오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오후 6시를 기해 해제됐고, 경기·강원·충청·전북 일부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20일 인천 중구 운남동의 한 도로에서 인천시설공단 관계자들이 장맛비에 침수된 도로의 빗물받이에 쌓인 낙엽 등을 청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100㎜ 넘는 장맛비가 인천과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쏟아졌지만, 일부 지역에선 출근길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강수량’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든 밤 시간대 이미 집중호우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당한 양의 비가 쏟아졌다. 19일 오후 9시부터 20일 오후 10시까지 인천(176㎜)과 경기 김포(153㎜)·포천(146.5㎜), 강원도 화천(154.5㎜)·철원(134㎜) 등에 100㎜ 넘는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다.
비가 밤~새벽 사이 집중되면서 국지성 호우에 대비하지 못하며 사고도 잇따랐다. 20일 오전 5시 50분쯤 경기 고양시 대화동에서 “지하 터널을 지나던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들어와 현장 출동한 119가 60대 남성 운전자를 구조했다. 5시 19분쯤엔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 식사동에서 도로가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7시 18분쯤엔 의정부시 의정부동 한 반지하 건물에 물이 들어찼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200L의 물을 배수 처리했다.
인천에선 오전 4시 8분쯤 중구 운남동 일대 도로가 침수됐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서구 오류동, 계양구 귤현동과 병방동, 서구 원당동에서 도로 침수 신고가 이어졌다. 주택 침수 신고도 이날 0시 30분쯤 미추홀구 숭의동을 시작으로, 남동구 간석동, 서구 당하동과 연희동 등지에서 이어졌다. 경기 김포에서도 도로 침수가 잇따랐다. 이날 군산~개야도, 여수~거문도 등 42개 항로를 오가는 여객선 55척의 발이 묶였다.
이런 야행성 폭우가 발생하는 것은 19일 낮까지 전국에 나타난 폭염이 영향을 미쳤다. 19일 서울이 최고 34.2도를 기록하는 등 중부·남부에 섭씨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발생했다. 폭염이 발생하면 달궈진 지표 공기가 상공 1.5㎞까지 올라갔다가 차갑게 식어 다시 내려오는 ‘수직 바람’이 원활해진다. 반면 비구름대를 만드는 고온다습한 남풍은 바다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수평 바람’이다. 낮 동안은 수직 바람에 의해 남풍이 잘 들어오지 못하다가, 해가 떨어진 후에 대거 밀려오며 밤 시간대 비구름대가 커지고, 집중호우와 야행성 폭우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폭염이 심해지는 7월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그래픽=양인성
정체전선에 의한 비구름대는 20일 밤부터 다시금 덩치를 키워 전국에 영향을 미치면서 21일 오전까지 많은 비를 뿌릴 전망이다. 특히 20일부터 21일 오전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집중되겠다. 20~21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60㎜, 강원도 20~80㎜, 대전·충남 50~180㎜, 세종·충북 50~120㎜, 전북 50~180㎜, 광주·전남 50~150㎜, 대구·경북 30~120㎜, 부산·울산 20~60㎜, 경남 20~80㎜, 제주도 10~60㎜ 등이다.
시간당 30~50㎜의 집중호우도 예고됐다. ‘매우 많은 비’의 기준이 시간당 30㎜이며, 운전할 때 와이퍼를 최대로 작동시켜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정도다. 시간당 50㎜가 넘어가면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굵어지게 된다.
정체전선은 21일부터 차차 남하할 것으로 보인다. 중부지방은 21일 오전까지 비가 내리겠고, 남부 지방과 제주에선 22일까지 비가 이어지겠다. 지역별 강수 집중 시간대는 수도권 20일 오후~밤, 강원도 20일 오후~21일 아침, 충청권 20일 밤~21일 오전, 전라권 21일 새벽~오후, 경상권 21일 새벽~오후로 예상된다. 22일 예상 강수량은 전라·경상권 5~30㎜, 제주도 20~6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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