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컬래버 스토리 ‘MEMORIES TELLER’
레벨인피니트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 컬래버레이션 스토리는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져 몰입도가 높았다. 특히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여운을 남겼다.
이벤트 스토리 'MEMORIES TELLER'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주인공 이브와 아담, 릴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실제 서사를 이끄는 중심인물은 따로 존재한다. 운반용 로봇 '롬'과 '콤', 그리고 인간 생존자 '헤르민'이다.
세 인물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황폐한 지상에서 살아남았다. 이벤트 스토리는 그들이 어떻게 그 기억을 견뎌왔는지를 따라간다.
지휘관과 이브 일행이 예술의 도시에서 발견한 벙커에는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남아 있었다. 지상 생존자는 0명이라는 중앙정부의 발표와 달리 헤르민은 벙커에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존했다.
랩쳐 침공 당시 예술의 도시 시민들은 무기를 들어 인류의 예술 작품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헤르민은 이들을 이끈 인물이다. 그들은 한때 인류 연합군의 선전 도구가 되었고, 일정 기간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버려졌다.
- 헤르민은 100년간 홀로 지켜온 것들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헤르민은 끝내 도시의 예술품들을 데이터화해 벙커로 피신했고, 구원받으리란 희망 하나로 100년을 버텼다. 헤르민은 예술 작품을 지키는 일이 곧 인간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라 믿었던 셈이다.
콤은 스토리 내내 방주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운반용 로봇이다. 헤르민과 함께 벙커로 피신했던 일부 생존자들은 벙커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방주를 찾아 나섰으나, 랩쳐가 사방에 깔려 있어 다시 벙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벙커 안에서는 한 아이가 태어났고, 콤은 아이를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콤은 단순한 로봇을 넘어 벙커 속에서 작은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이후 도시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며 벙커마저 위험해지자, 헤르민은 예술 작품을 지키기 위한 의지 하나로 홀로 남았고, 콤은 아이를 데리고 방주로 향한다.
- 콤과 함께 자랐던 벙커의 아이는 결국 양산형 니케가 되어 모든 기억을 잃는다
방주에 도착한 아이는 양산형 니케가 되었고, 기억은 완전히 소거되어 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와 아이의 기억, 그리고 헤르민까지 모든 것을 잃은 콤은 방주가 약속했던 구원은 결국 허사였음을 깨닫고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그럼에도 콤은 끝내 파괴를 각오한 공격 대신, 방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파괴하는 행동으로 복수를 마무리한다. 과거 벙커에서 아이와 나눈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젠가 잊는 존재지만, 자신은 계속 기억할 수 있다는 콤의 말에 아이는 "우리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고, 콤은 그 말을 끝까지 지키고자 했다.
롬 역시 비슷한 처지다. 과거 인류가 방주로 이주하던 시절, 함께하던 인간들과 끝내 방주에 오르지 못한 채 지상에 남겨졌다. 그 가족은 방주 이주 추첨에서 제외됐고 이후 지상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존을 이어가야 했다.
척박한 지상 환경 속에서도 소녀는 지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해 "우리만의 방주를 만들어보자"고 말했고, 롬은 그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지상 어딘가에 새로운 거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부터 롬의 사명이 됐다.
- 레이븐은 분량이 많지 않지만 콤의 의지를 지켜보며, 복수의 의미를 되새기는 인물로 기능한다.
하지만 랩쳐가 점령한 지상은 인간이 살아가기엔 너무나 가혹했다. 함께하던 가족은 하나둘 쓰러져갔고, 끝내 롬만이 남게 된다. 소녀가 남긴 말을 유일한 유산처럼 되새기며 제2의 방주를 만들기 위해 지상 곳곳을 떠돌아다닌 것이다.
롬이 말하는 '제2의 방주'는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을 다시 만들어보려는 행위에 가깝다. 인간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시절의 모습이 시끌벅적했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롬이 기억하는 가족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서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벤트 스토리는 기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헤르민이 100년간 지키려 했던 예술 작품과 콤이 벙커에서 헤르민, 아이와 함께한 시간, 그리고 롬이 제2의 방주를 통해 만들고자 했던 가족의 기억이 그 중심에 있다.
- 이벤트 스토리 'MEMORIES TELLER'를 관통하는 키워드 '기억'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당신의 기억이 이어지기를"이라는 대사는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이브가 고통과 희망을 이어받아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건네는 인사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기억이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임을 상징한다.
이번 스토리에서는 니케와 랩쳐의 관계를 암시하는 중요한 떡밥도 등장했다. 랩쳐의 공격을 막기 위해 프로비던스에 탑승한 릴리가 동력원의 고유 파장을 감지하도록 설정해 랩쳐를 공격하도록 설정했지만, 갑자기 프로비던스가 니케를 공격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니케와 랩쳐의 동력원 고유 파장이 동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그동안 메인 스토리에서도 간간이 드러났던 떡밥이다.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에서 이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 풀릴 것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as765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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