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택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외부 기기와 블루투스 연결된 전자약
방향 안 맞으면 연결 끊기기도
실시간 방향 조절하는 안테나로 연결 지속
임춘택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저전력 블루투스 기반의 전자약 안테나 시스템. [사진=GIST]
환자들이 매번 약 봉지를 챙기는 일도 근미래에는 없어질지 모른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삼키지 않아도, 몸 안의 ‘전자약’이 자동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 점차 상용화되고 있다.
임춘택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체이식형 의료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저전력 블루투스 기반의 전자약 통신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원래 전자약은 연결이 자주 끊겨 상용화가 어려웠는데, 임 교수가 국내 최초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자약은 미세한 전류 등으로 뇌나 신경계를 자극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특히 신경계 질병에 많이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파킨슨병의 경우, 전기 신호를 가하면 근육의 이상 운동이 억제된다.
이전에는 약을 먹어 화학 작용으로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이었으나, 전자약 기술이 개발된 이후로는 물리적 신호로 직접 원인을 건드릴 수 있게 됐다.
전자약은 심장, 뇌, 척수 등 자극을 주는 부위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되고, 또한 인체이식형인지 스마트 시계처럼 착용형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인체이식형은 직접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효과가 좋지만, 통신이 끊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체내의 칩과 외부의 조절 기기는 보통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자극의 여부와 세기를 조절한다. 다만 환자가 몸을 뒤척이거나 움직여서 칩과 조절 기기의 방향이 어긋나는 경우, 블루투스 연결이 끊기고 전자약이 작동하지 않는다.
휴대폰과 블루투스 스피커가 멀어지면 음악이 끊기는 것과 같다. 보통 방향 때문에 연결이 끊어지면 신호를 세게 하면 되지만, 전자약의 경우 체내에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무작정 세게 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가 전자약 상용화의 한계로 지적됐다.
임 교수는 디지털 빔 조향이 가능한 안테나를 새로 개발해, 실시간 양방향 통신은 물론, 환자의 움직임에 따라 빔 조향과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환자가 움직여 칩과 기기의 방향이 어긋나도, 기기가 블루투스 신호 방향을 바꿔가며 칩과 연결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전자약이 상용화되는 데 핵심 기술로 사용될 전망이다. 전자약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질병 중 하나가 간질인데, 간질은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연결이 수시로 끊어지면 사용이 불가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로 실제 상황에서도 전자약을 믿고 쓸 수 있게 됐다.
인체이식형 전자약의 세계 시장은 올해 기준으로 약 35조 원에 달한다. 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향후 우리 기업의 의료기기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임춘택 GIST 교수, 사흐 사이드 아손 알리(S. Ahson A. Shah) 박사. [사진=GIST]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