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형 표준연 박사후연구원(위)과 이은숙 박사후연구원이 나노물질을 이용한 치료 실험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다. 표준연 제공
국내 연구팀이 금(Au)과 철(Fe)을 조합해 암 진단과 치료, 면역반응 유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디스크 모양의 다기능 나노물질을 개발했다. 한 종류의 물질로 만든 기존 나노물질보다 치료 효율이 높아 차세대 암 치료 플랫폼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나노바이오측정그룹 연구팀이 암 부위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치료하고 면역 반응 체계도 활성화할 수 있는 나노물질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30일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공개됐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등 전통적인 항암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손상을 줘 부작용이 크다. 지름 1~100나노미터(nm,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인 나노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활용하면 암세포와 병변 부위를 정밀하게 표적해 약물을 전달하고 제거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환자별 유전체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에도 유리하다.
연구팀은 금 원자층 사이에 철 원자층을 샌드위치처럼 끼워 넣은 삼중층 구조의 나노디스크(AuFeAuNDs)를 만들었다. 구형 나노물질보다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철의 자성을 활용해 자석으로 나노물질을 쉽게 이동시켜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다기능성 나노물질의 치료 플랫폼 모식도. 표준연 제공
연구팀은 개발한 나노디스크에 광음향 영상(PA) 기능을 탑재해 종양 위치와 나노물질 전달 과정을 실시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PA는 나노디스크에 레이저를 쏘고 발생하는 초음파 진동을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나노물질이 종양에 도달하는 시점에 맞춰 치료를 수행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 PA로 종양 부위에 나노입자가 축적되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추적해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시점이 나노물질 투여 후 6시간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개발된 나노디스크는 3가지 치료 방식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 치료용 나노물질은 금 입자에 열을 가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광열치료(PTT)'만 가능했다. PTT뿐 아니라 나노디스크에 있는 철을 활용하면 종양 내부에 산화를 일으키는 '화학역동치료(CDT)'와 '페롭토시스' 치료법이 가능하다.
치료 후에는 면역 반응 물질도 유도할 수 있다. 나노디스크는 암세포가 사멸할 때 경고 신호를 방출해 우리 몸이 동일한 암세포를 기억하고 재발 시 공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쥐 실험에서 나노디스크로 경고 신호를 생성한 결과 면역세포의 수가 최대 3배 증가했다.
나희경 표준연 나노바이오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인 나노물질이 단일 원소로 구성돼 한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며 "개발된 물질은 금과 철의 물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작됐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ej.2024.159137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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